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3일 금융실명제 실시 이전에 만들어진 차명계좌와 관련한 실태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한겨레> 자료사진
금융당국이 1993년 8월 금융실명제 시행 이전에 개설된 뒤 자금 실소유자와 계좌 명의자가 다른 것으로 확인된 차명계좌에 대한 실태조사에 착수한다. 앞서 12일 법제처가 이런 형태의 차명계좌가 과징금 부과 대상이라는 취지의 유권해석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다만, 과징금이 실제 부과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 것으로 보인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3일 ‘금융실명법 관련 유관기관 태스크포스’ 회의를 열어 “법제처 법령해석과 관련해 금융회사의 업무처리 시 실무운영상의 의문점이 발생할 경우에는 관계기관 공동 태스크포스를 통해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 위원장은 이어 “법제처의 법령 해석은 실명제 실시 이전에 개설된 차명계좌에 대한 실명전환과 과징금 징수에 관련된 사항인 만큼 정상적인 금융거래를 하고 있는 대다수 국민들은 안심해도 된다”고 덧붙였다. 동창회 계좌 등 ‘선의의 차명’은 과징금 부과 대상이 아니라는 뜻이다.
최 위원장은 이날 금융실명법 개정 필요성에 대한 언급은 내놓지 않았다. 금융실명법과 법제처 해석에 따르면, 실명제 시행 이후 만들어진 차명계좌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없어 실명제 시행 이전 계좌와 형평이 맞지 않는다. 과징금 부과 산정 기준일이 1993년 8월12일인 터라 그 이후 만들어진 계좌는 사실상 과징금 산정 기준금액이 0원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 이건희 삼성 회장의 경우 전체 차명계좌 1229개 중 과징금 부과 대상 계좌는 실명제 시행 이전에 만들어진 27개에 그친다. 정치권 안팎에선 정부 입법 방식보다는 의원 입법 형태로 법 개정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