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희망퇴직 신청 접수가 마감되면서 한국지엠(GM)이 경영 정상화를 위해 추진한 인건비 절감의 대략적인 규모가 나왔다. 오는 7일께 한국지엠은 노조와 만나 추가 인건비 절감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의 자금 투입 여부를 결정짓기 위해 추진하는 재무 실사와 관련해 산은과 한국지엠 간에 협의가 진행 중이다. 실사에 필요한 핵심 자료 제출을 놓고 양쪽 간 수싸움이 한창이다.
4일 한국지엠과 정부 관계자 말을 들어보면, 지난 2일까지 진행된 희망퇴직 신청자는 모두 2500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1만6천명에 이르는 전체 직원 가운데 15%가량이 희망퇴직을 신청한 것이다. 오는 5월 폐쇄하기로 한 군산공장 직원 1700명 가운데 약 1천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한국지엠 쪽은 7일께 노조와 만난 자리에서 희망퇴직 접수 현황을 공개할 방침이다.
한국지엠은 애초 희망퇴직 등을 통한 인건비 절감 목표를 최소 연간 영업적자 규모인 5천억원 수준으로 세웠다. 인건비 절감만으로 차를 팔아 영업이익을 낼 수 있는 재무구조를 만든다는 구상이었다. 이에 견주면 희망퇴직 신청자 수는 애초 목표에 소폭 미달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필수 인원은 희망퇴직을 신청했더라도 거절될 수 있고, 조만간 회사가 (신청자에게) 개별 통보할 방침”이라며 “앞으로 노조와의 임금단체협상에서 비급여 복리후생비 절감 방안이 집중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급여 복리후생비는 연간 3천억원 수준이다. 노조와의 협상에선 희망퇴직을 미신청한 약 700명의 군산공장 직원의 ‘전환 배치’도 논의된다.
산은의 추가 자금 투입의 가늠자가 될 재무실사는 아직 개시 선언이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달 22일 산은과 지엠 본사는 재무실사에 합의했으나, 실사 범위에 대해선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탓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최근 국회에 출석해 “재무실사는 (지엠 본사 대출금에 적용된) 고금리 논란과 이전가격 문제, 인건비, 기술사용료, 본사 관리비 등 5대 원가 요인을 집중적으로 살펴보는 게 목적”이라고 구체적으로 밝혔다. 현대차 등 여타 경쟁 기업이나 지엠의 한국 외 다른 공장에 견줄 때 상대적으로 높은 원가율을 끌어내릴 여지가 있는지를 살펴본다는 취지다. 원가율은 매출액에서 매출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을 뜻하는 것으로, 2016년 현재 한국지엠의 원가율은 93.02%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매출 원가를 줄이지 못하면 한국지엠의 지속 가능성을 단언하기 어렵다. 원가율을 낮추지 못한 상태에서 산은의 추가 자금 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지엠 안팎에선 늦어도 다음주 중반부터는 재무실사가 개시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지엠 본사가 늦어도 다음달부터 실사 결과를 놓고 산은의 추가 자금 지원 여부를 놓고 본격 협상을 벌이길 희망하는데다 당장 다음달 8일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한국지엠의 차입금이 약 1조7천억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실사의 대략적인 윤곽이 나와야 출자전환(대출금을 주식으로 바꾸는 금융기법) 등 차입금의 처리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지엠 본사의 신차 배정과 명확한 재무실사 결과가 나와야 한국지엠의 경영 정상화 방안도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조급해할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엠 본사는 이번주부터 글로벌 신차 투입 논의를 진행한다.
김경락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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