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제 이전 62억의 절반 31억 될듯
금융당국 “법개정 추진” 뒷북 대응
금융당국 “법개정 추진” 뒷북 대응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명재산에 대한 과징금 부과가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31억원을 걷는 선에서 그칠 전망이다. 이 회장이 20여년간 차명계좌 1500여개에 2조원이 넘는 재산을 은닉해온 것에 견주면 ‘쥐꼬리’ 과징금이다. 금융당국은 금융실명법 개정을 추진해 제도적 보완에 나선다고 밝혔으나, 전형적인 ‘뒷북 대응’이라는 비난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원승연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5일 이 회장 차명계좌에 대한 검사 결과를 발표하며, “최근 2주간 삼성증권 등 증권사 4곳에 대한 검사를 통해 1993년 8월12일 금융실명제 시행일 당시 차명계좌 27개의 자산총액은 61억8천만원으로 잠정 확인했다. 앞으로 과징금 부과 절차가 조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국세청 등 관계기관과 협의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법제처는 금융실명제 시행 이전에 개설된 차명계좌의 실소유자가 따로 있다는 사실이 적발된 경우,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금융실명법상 과징금 부과액은 1993년 8월12일 당시 금융자산 가액의 절반으로 정하고 있어, 이 회장의 경우 30억9천만원이 부과될 수 있다.
이는 이 회장이 은닉해온 전체 차명재산 규모에 견주면 미미한 수준이다. 2008년 삼성특검 등에 의해 드러난 차명재산 규모는 2007년 말 기준 4조4천억원에 이르며, 이 가운데 2조1646억원이 차명계좌에 있던 자산이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1993년 8월 이후 개설된 차명계좌에 대해선 현행법상으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없다. (이런 법적 공백을 메우기 위해) 국회와 논의해 금융실명법 개정안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금융실명제 시행 이후 개설된 탈법 목적의 차명계좌에 대해서도 과징금을 부과하는 한편, 은행·증권사 외에 과세당국이 실소유주에게 직접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제도개선을 추진할 방침이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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