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신입행원 채용비리의 실체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 내 고위 임원들의 지인 자녀 추천 관행이 일상화 돼 있었으며, 추천을 받은 자녀의 부모 중에는 정치권 관련자도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2일 2013년 하나은행 채용 전형 과정에 대한 검사 결과를 밝혔다. 최근 3주 가까이 김우찬 금감원 감사의 총괄로 이루어진 이번 특별검사는 최흥식 전 금감원장이 과거 하나금융지주 사장 재직시절 채용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이뤄졌다.
금감원 검사 결과를 보면, 2013년 하나은행 신입행원 채용 시 최종합격자 229명 중 특혜 합격자는 32명에 이른다. 하나은행 내 고위 임원 등의 추천을 받아 특혜 입사한 이들이 16명, 남녀 별도 정원 관리에 따라 낮은 점수를 받고도 입행한 남성 지원자 2명, 명분대와 해외 유명대학 우대에 따라 이러진 면접점수 조작으로 14명이 특혜 합격했다. 특히 하나은행은 채용 계획을 수립할 때부터 남녀 4대 1의 비율로 차등 채용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서울,지역의 경우 600점 만점에 여성 커트라인은 467점으로, 남성 419점보다 크게 높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월 6일 교육관련 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회원들이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 앞에서 출신대학으로 지원자들을 차별하여 면접 점수를 조작하는 은행권 채용비리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추천으로 특혜 채용된 이들 중에는 지방자치단체장의 비서실장 자녀나 다른 금융지주 임원의 자녀,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 자녀 등이 포함됐다. 추천자는 전 하나은행장을 비롯해 다수의 하나은행 고위 임원들이 포함됐으며, 이들은 대부분 추천 사실을 인정했다. 금감원이 확보한 인사 자료에는 추천자를 ‘짱’ ‘반드시 합격시켜야’ 등의 문구가 담겨 있기도 했다. 최흥식 전 금감원장이 대학 동기의 부탁을 받고 추천한 지원자의 경우엔 서류전형 점수가 미달했지만 합격했다.
최성일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채용비리 정황과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소지에 대해 확보된 증거자료를 모두 검찰에 수사참고자료로 제공하고 향후 엄정한 검찰의 수사에 적극 협조할 방침”이라며 “검찰의 수사결과에 따라 위법사항이 확인되면 그에 상응하는 조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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