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지난 달 31일 취임한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19대 국회의원을 지낼 때 피감기관 예산으로 국외 출장을 다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김 원장은 “공적인 목적과 이유로 관련기관의 협조를 얻어 다녀온 출장”이라고 적극 해명했지만, ‘외유성 출장’ 논란이 쉽게 수그러들긴 어려워 보인다.
8일 금융감독원과 정치권의 말을 종합하면, 논란이 된 국외 출장은 모두 3건이다. 피감기관이 출장비를 댔고 다른 동료 의원들과 동행한 것이 아닌 단독 출장인데다, 보좌진을 대동했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이를 두고, 자유한국당 등 일부 야당이 ‘뇌물성’ 혹은 ‘외유성 갑질’ 출장이라는 비판을 쏟아내면서 사퇴 및 진상조사 요구로까지 번진 상태다. 이에 김 원장은 이날 ‘보도참고자료’를 내어 적극 해명에 나섰다. 그는 “(의원 시절) 출장 후 해당 기관과 관련된 공적인 업무를 처리함에 있어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고 소신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했다. 관련기관에 오해를 살 만한 혜택을 준 사실도 없었다”며 각 출장이 외유성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 ①우즈벡 출장(2014년 3월) 우선 김 원장은 2014년 3월에 2박3일 일정으로 우즈베키스탄 출장을 다녀왔다. 한국거래소가 항공료(약 220만원)와 식비, 숙박비 등을 댔다. 이 출장에는 현재 청와대 선임행정관인 홍일표 당시 보좌관이 동행했다. 특히 해당 출장은 거래소의 지주사 전환 관련 법안 처리를 김 원장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로비용으로 추진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당시 거래소가 ‘우즈벡 증시현대화 프로젝트’를 진행중이었는데, 우즈벡 부총리 면담 등을 목적으로 현지 출장을 기획한 것이라고 밝혔다. “거래소가 우즈벡에 정보기술(IT)시스템 및 컨설팅을 제공하는 부속계약 체결 과정에서 현지 고위 인사 면담 등을 앞두고 국회 차원의 지원을 필요로 해 출장 동행을 요청했고 타당성이 인정돼 이를 수락했다”는 설명이다. 김 원장은 또 “거래소 지주사 전환 추진방안은 해당 출장 이후 1년4개월이 지난 2015년 7월 금융위 발표로 처음 공론화됐기 때문에 무관한 일”이라고 밝혔다.
■ ②미국·유럽출장(2015년5~6월) 김 원장은 2015년 5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지원으로 미국과 벨기에, 이탈리아, 스위스 등을 9박10일간 돌았다. 김 원장이 의원 시절 그를 수행한 또다른 보좌진(정책 비서)이 동행했다. 두 사람을 위해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쓴 비용은 3077만원이었다. 이 출장은 김 원장이 출장 6개월 전인 2014년 11월 국회 정무위 예산결산소위에서 한미연구소(USKI)와 한미경제연구소(KEI) 관련 예산 삭감을 주장했던 일과 맞물려, 로비성이었다는 문제제기가 나왔다.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은 “출장 한달여 뒤인 2015년 7월 정무위 결산심사가 예정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연구원 쪽이 작성한 출장 보고서엔 ‘김기식 의원을 위한 의전 성격’ ‘국회 결산 심사를 앞두고 김 의원에게 의견 사항을 전달’이 출장 목적이라고 명시돼, 논란이 커졌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국회에서 두 연구소의 운영 개선 및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관리·감독 기능 강화 등을 요구해 왔고, 이에 따라 현장조사를 하기로 했던 것”이라며 “현지 출장 이후에도 추가적인 예산 삭감 조처를 취했고 연구원이 추진했던 유럽사무소 신설에 대해서도 준비 부족이라고 판단해 고나련 예산을 전액 삭감하자고 했다며 로비성 출장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 ③중국·인도 출장(2015년5월) 김 의원은 같은 달 2박4일 간 우리은행의 충칭분행 개점식 참석 등을 위해 중국과 인도를 돌아보는 출장도 다녀왔다. 우리은행이 출장비 전액을 댔고, 이 출장에도 홍 보좌관이 함께 갔다. 당시 우리은행은 충칭분행 개점식에 참석해달라는 요청을 국회 정무위원회에 전달했고, 중국 내륙지역으로 국내은행 진출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을 해온 김 원장이 이를 수락했다. 개점식에 참석한 뒤 김 원장은 인도 첸나이로 이동해 우리은행 현지지점과 주요 현지진출 기업을 방문해 애로 사항을 청취했다. 해당 출장을 두고선, 김 원장이 출장 직전 해인 2014년 9월 국정감사에서 우리은행의 중국 화푸빌딩 헐값 매각 의혹을 제기했다는 점 때문에, 우리은행 쪽의 접대성 출장이라는 의혹이 나왔다.
하지만 김 원장은 “우리은행이 개점식에 중국 고위당국자들이 다수 참석하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고위인사가 참석할 필요가 있다고 해서 간 것”이라며 “2014년 국감에서는 보다 확실한 대금 회수를 위해 화푸빌딩에 대한 소유권 확보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주로 요청한 것이며, 해당 출장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 “공적 목적이나 국민 눈높이 부합못한 점은 사과” 다만 김 원장은 “공적인 목적으로 다녀왔으나 국민의 기대와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죄송스런 마음이 크다”며 “출장시 동행한 보좌관과 비서는 모두 해당 업무를 직접 담당하고 보좌했기에 수행토록 했으나 그것 역시 부적절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김 원장이 일부 사과의 뜻을 밝히긴 했지만, 피감기관이 의원 1명의 출장에 예산을 쓰고 보좌진까지 대동한 것은 기존 관행에 비춰볼 때도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야당의 공세가 계속될 소지가 크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김 원장의 외유성 출장 논란을 “갑질 뇌물사건”이라고 규정하고, 청와대의 책임있는 조처가 없다면 검찰 고발과 함께 국정조사 요구와 진상조사단 조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여당 내에서도 김 원장의 국외 출장이 국민 눈높이 어긋나는 일이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 정무위 소속 민주당 의원은 “피감기관이나 은행의 돈으로 의원이 (국외) 출장을 가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 특히 (국외) 출장에 비서나 보좌관을 피감기관 돈으로 데리고 가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국회 상임위 소관 피감기관이나 유관기관의 지원으로 의원들이 출장을 가는 관행이 없지 않았다. 전수 조사를 하면 자유한국당 의원들도 여기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2016년 7월30일부터 8월4일까지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 2명(강효상·최경환)이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지원을 받아, 브렉시트 관련 분석을 청취하기 위해 영국 런던에 다녀왔다.
김경락 송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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