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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삼성증권 직원 16명이 ‘유령주식’ 매도… 1명은 350억원어치

등록 2018-04-08 20:39수정 2018-04-09 08:18

‘무차입 공매도’ 차단 장치 없어
직원 실수 입고된 501만주 매도
거래소 공시 등 절차 안 거쳐도
상장·매도 가능한 허점 드러나
금융위, 계좌관리 실태 일제 점검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왼쪽)이 8일 ‘자본시장 현안 점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금융위 제공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왼쪽)이 8일 ‘자본시장 현안 점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금융위 제공
금융감독당국이 ‘유령주식’ 파문에 휩싸인 삼성증권을 포함해 모든 증권사의 계좌관리 시스템에 대한 전면 점검에 나선다.

금융위원회는 9일부터 삼성증권 특별점검에 착수하고, 다른 증권사들도 유사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지 증권계좌 관리실태를 일제히 점검하기로 했다.

삼성증권은 지난 6일 직원 실수로 우리사주에 대해 주당 1000원 대신 1000주를 배당해 모두 28억3천만주가량이 잘못 입고됐다. 주식을 배당받은 직원 중 16명은 501만2000주를 곧바로 매도해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들이 매도한 주식은 당시 장중 최저가(3만5150원)에 팔았어도 1762억원에 이른다. 한 직원은 100만주(350억원)를 판 것으로 확인됐다.

※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발행주식(8930만주)의 30배가 넘는 유령주식이 어떻게 직원 계좌에 입고되고 일부는 시장에서 실제 매매까지 이뤄지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할 수 있는지다. 일반 주주에 대한 배당은 예탁결제원 등을 통해 이뤄지지만 우리사주에 대한 배당은 해당 회사에서 직접 처리한다. 업계에서는 주식배당과 현금배당은 업무처리 절차가 달라 대개 시스템이 분리돼 있는데 이러한 착오가 일어난 데 대해 의아해하는 분위기다. 특히 주식배당 물량의 경우 자사주 보유주식 한도 안에서만 가능하다.

삼성증권 일부 직원의 유령주식 매도는 결과적으로 증시에서 금지된 형태의 공매도를 한 상황이어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공매도는 가지고 있지 않은 주식을 파는 것으로, 예탁결제원 등 중개기관을 통해 주식을 빌려(대차거래) 파는 ‘차입 공매도’는 허용된다. 반면 주식을 먼저 팔고 나중에 빌려 상환하는 ‘무차입 공매도’는 법으로 금지돼 있다. 삼성증권의 경우 일부 직원들이 실제 존재하지 않는 주식을 먼저 팔고 뒤늦게 회사에서 메워넣기 위해 기관들한테서 주식을 빌렸으므로 사실상 무차입 공매도를 한 셈이다. 전산상으로 계좌에 숫자만 찍히면 무차입 공매도가 가능하다는 사실에 투자자들의 충격은 컸다.

한국거래소 집계를 보면, 당일 삼성증권 공매도는 59만주로 이들 직원이 매도한 501만주에는 훨씬 못 미쳤다. 실제 배당의 근거가 없는 가공의 주식이므로 공매도로 잡히지 않은 것이다. 반면 이날 대차거래는 634만6476주로 사상 최대로 급증해 삼성증권이 급하게 결제에 필요한 주식을 빌렸음을 알 수 있다.

주식배당은 물론 전환사채 등의 주식 전환, 유무상 증자 등으로 상장이 예정된 경우 상장일 이틀 전부터 공매도를 할 수 있다. 다만 거래소에서 신주 추가 상장에 대한 공시가 뜬 다음날부터 공매도가 가능하다. 이사회 결의 등 신주 배당의 근거와 절차가 없었는데도 상장사의 실수나 조작만으로 유령 신주가 상장되고 바로 매도가 이뤄질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될 만한 대목이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공매도와 유령주식이 유통될 수 있는 시스템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요청이 잇따랐고 10만명 넘게 동의했다.

금융당국은 잘못된 입력에 대한 전산 오류 메시지나 담당 부서의 중복 체크 등 내부 통제 시스템의 미비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8일 ‘자본시장 현안점검’ 회의에서 “이번 사건의 발생 원인을 진단해 주식시장의 매매체결 시스템을 면밀히 점검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매매제도 개선반’을 구성해 주식관리 절차 전반을 재점검하고 제도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삼성증권은 이날 구성훈 대표이사 명의로 사과문을 발표하고 피해를 본 투자자를 최대한 구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소송 등 불필요한 과정 없이 보상이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조처할 것을 삼성증권에 요청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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