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이 증권사의 배당 착오에 따른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시장의 결제 책임을 맡고 있는 한국거래소와 예탁결제원이 실수로 입력된 주식의 입고와 주문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못한 탓이다.
지난 6일 삼성증권 직원 일부가 판 주식 물량은 ‘유령주식’의 0.18%(501만2천주) 수준이다. 만약 배당 물량의 3%(8495만주)만 시장에 풀려도 결제 불이행 위험에 직면한다. 전체 발행 주식(8930만주)과 맞먹는 수준의 물량을 시장에서 되사거나 빌려와 상환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빌려온 주식 없이 일단 매도부터 먼저 하는 ‘무차입 공매도’를 법으로 금지한 이유이기도 하다.
예탁결제원은 매수 자금과 매도 증권을 교환하는 결제 업무를 맡고 있다. 예탁원은 증권회사 등 결제시스템의 주요 참가자와 컴퓨터를 연계해 데이터를 자동 송수신하고 체결 확인과 결제 승인 등의 업무를 처리한다. 또 실물주권을 보관하기 때문에 배당이나 증자 등으로 신주가 발행되면 상장 일정을 진행한다. 하지만 이번 삼성증권의 유령 신주가 직원 계좌로 들어와 시장으로 쏟아진 과정을 포착하지는 못했다. 주식 수 변화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거래가 다 이뤄진 다음에 예탁원이 증권사와 함께 수량 점검을 한다고 설명했다. 예탁원 관계자는 “우리는 주식의 총량만 파악하고 고객의 수량은 증권회사가 관리해 개별 계좌는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책당국의 대책이 나오면 보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는 증권시장의 거래뿐 아니라 결제 책임을 지는 청산기관이다. 거래소 규정을 보면, 결제불이행 위험 요인으로 내부통제 미흡, 임직원 실수, 외부 사건으로 인한 청산 중단 등의 ‘운용 리스크’를 들고 있다. 거래소는 이런 위험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만약 공매도된 증권이 들어오지 않으면 대신 주식을 사들여 결제한다. 결제 불이행이 발생할 경우 결제적립금과 증권사 공동배상기금으로 손실을 보상해준다. 거래소 역시 증권사 등의 입력 오류를 인지할 시스템이 없다. 거래소 관계자는 “비정상적인 거래가 순식간에 일어나 주가 급변에 따른 ‘변동성 완화 장치’를 발동하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본 등 외국에서는 주문 오류로 일정금액 이상이 체결될 경우 거래를 취소시킨다. 우리도 이러한 제도 도입을 신중히 검토할 때”라고 말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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