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기업실적 발표가 시작됐다. 출발은 양호하다. 삼성전자와 엘지(LG)전자 등 실적 발표를 끝낸 회사들이 예상보다 높은 이익 증가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비교 대상 250개 기업의 1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1.3%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작년 1분기 성적을 훌쩍 뛰어넘는 건데, 1년 넘게 계속되고 있는 사상 최고치 행진이 지난 분기에도 이어졌음을 알 수 있다.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계속 얘기됐던 이익의 쏠림 부분은 이번에도 해소되지 않았다. 1분기에 전체 이익이 두 자릿수의 증가를 기록하지만,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업종을 제외하면 오히려 7.2% 줄어든다. 해당 산업이 경기 기복이 심한 업종이어서 갑자기 이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는 점이 신경 쓰인다.
실적 발표에 따라 주가가 어떻게 반응할까? 현재 시장은 뚜렷한 상승 동력이 없는 상태다. 시장을 좌우하던 금리 인상과 유동성의 힘이 약해졌다. 보호무역 등 추가로 발생한 사안은 시장 전체를 움직일 만한 재료가 아니다. 1060원까지 내려온 원화 환율이 외국인 매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명확하지 않다. 상승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높은 주가에 대한 부담도 계속되고 있어 기대심리만으로 주가를 끌어올리긴 힘들다. 그래서 새로운 재료의 보강이 필요한데, 시장에서는 1분기 실적이 그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분기 실적의 역할은 주가가 떨어지지 않게 하는 데 그칠 것이다. 시장에서 예상하는 만큼 이익이 나오더라도 시장이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된다. 시장이 오랜 시간 바이오를 중심으로 움직이다 보니 현재 실적보다 미래 성장성이 더 주목받고 있다. 이익의 쏠림 현상이 두드러져 특정 업종이 약해질 경우 시장 전체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이익의 역할을 제한하는 요인들이다.
미국 역시 1분기 매출과 주당순이익(EPS)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7.2%와 17.5%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상당히 양호한 성적이지만 아직 주가에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법인세 인하라는 일회성 요인이 이익을 증가시켰다는 인식과 주가 상승으로 이익의 상당 부분이 이미 반영됐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익 증가에도 불구하고 미국 시장이 돌파구를 만들지 못하는 현실은 우리 시장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미국 시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우리 시장만 오를 수 없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은 한번 구조가 만들어지면 상승이 끝날 때까지 그 구조가 변하지 않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지금도 비슷하다. 1분기에 아이티(IT) 업종이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올렸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주가 상승은 바이오라는 한정된 업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장 구조가 성장성을 중심으로 짜여 있기 때문이다.
이종우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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