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세번째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 모쪼록 좋은 성과를 거둬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됐으면 한다.
남북문제가 주식시장에서 재료가 되기 시작한 건 노태우 정부 때다. 1988년 정부가 출범한 뒤 북방외교에 주력했기 때문이다. 이전에도 간헐적인 접촉은 있었지만 정부가 남북관계를 위시해 소련, 중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정책 목표로 삼았던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새로운 재료인 만큼 주식시장이 강하게 반응했다. 건설과 무역 업종이 주요 대상이었는데 정부 출범 전인 1987년 중반부터 오르기 시작해 1988년에는 업종지수가 3배 가까이 상승했다. 당시 시장에서는 이들 두 업종과 금융을 합쳐 ‘트로이카’라고 불렀는데 2년 반 가까이 주도주 역할을 했다.
이후 남북문제는 빠르게 주식시장의 관심권에서 멀어졌다. 2000년에 처음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등 1980년대 후반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진전이 있었지만, 주가는 이벤트 발표를 전후한 시점에 잠시 오르는 정도에 그쳤다. 이렇게 반응이 달라진 건 주식을 보는 투자자들의 눈이 변했기 때문이다. 1988년에는 국내 시장의 수준이 높지 않았다. 주가가 기업 내용보다 기대와 소문에 의해 움직였는데 이런 형태는 외국인에게 주식시장이 개방된 1992년까지 계속됐다. 반면 2000년에는 시장을 판단하는 기준이 완전히 달라져 소문이나 기대보다 해당 이벤트가 기업 이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가 주가를 움직이는 힘이 됐다. 이런 변화는 남북문제에도 똑같이 적용됐다. 투자 판단 기준이 바뀌면서 시장 반응도 달라진 것이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1988년만큼은 못 돼도 최근 있었던 어떤 남북 관련 이벤트보다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한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인데 우선 지금은 투자자들의 높은 기대심리를 채워줄 종목이 많지 않다. 시장이 바이오의 반복적 등락에만 집착할 정도로 선택의 폭이 제한적인데, 이런 상황에서 남북관계 진전이 새로운 재료가 될 수 있다. 또 하나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이전에 있었던 어떤 만남보다 큰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인 역할에 주목하는 건데, 남북정상회담과 연이은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의미 있는 합의가 나올 경우 경협에 대한 기대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만약 남북 대치 때문에 국내 주식시장이 다른 나라보다 낮게 평가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있었다면 이번 정상회담이 이를 해소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긍정적인 흐름이 예상되지만 그래도 아직은 남북정상회담에 재료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으면 한다. 회담 결과가 기업 실적 변화로 나타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실제 효과가 얼마나 될지도 가늠하기 힘들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당분간 남북 경협 효과는 이벤트가 발생할 때 주가가 올랐다가 시간이 지나면 다시 약해지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종우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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