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은 9일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금융위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를 열었다. 최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등 계열사 지분 해소방안을 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락 기자
“마냥 내버려둘 수는 없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8.23%) 해소 방안을 빨리 가져와야 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문제를 재차 강한 어조로 지적했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 삼성생명의 자산편중 위험 해소에 대한 정부의 압박 수위가 갈수록 커지는 모양새다.
최 위원장은 9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지난 금융위 간부회의 때 한 발언을 놓고 (삼성을) 압박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왔는데, 이 자리에서 금융사의 계열사 주식 소유 문제를 거론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그는 지난달 20일 금융위 간부회의에서 “관련 법률이 개정될 때까지 해당 금융회사가 아무런 개선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법 개정 전이라도 금융회사가 단계적·자발적 개선조처를 실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국회에는 보험회사가 총자산의 3% 이상 보유한 계열사 주식을 7년에 걸쳐 나눠 처분하도록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이 개정안이 처리되면, 삼성생명은 25~30조원가량의 삼성전자 등 계열사 지분을 정리해야 한다.
최 위원장은 “앞으로 도입될 국제회계기준과 신지급여력비율 등은 모두 보험사들의 안정적인 자산운용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국제적 추세에 맞춰 보험사들이 적극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삼성생명이 전자 지분을 매각할 경우 삼성전자가 외국 투기자본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구체적 실체가 있는 우려인지 의문”이라며 “설령 그렇더라도 금융사들이 자발적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에선 정부 의도가 (삼성전자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 확대가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최 위원장은 또 “삼성전자가 지금까지는 우량주이지만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며 “삼성전자가 어려워지면 (그에 따라 삼성생명이 받을) 충격은 매우 커진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생명은 총자산에서 주식 비중이 14%나 되지만 나머지 보험사들은 0.7%에 그친다. 주식에 노출된 위험이 (삼성생명은 다른 보험사보다) 20배나 더 크다”고 덧붙였다. 금융위는 삼성생명의 계열사 주식 배당수익률이 일반 보험사의 자산운용수익률보다 낮다는 분석도 해놨다. 그룹 지배구조 유지를 위해 삼성생명과 고객이 떠안는 위험은 크고 실익은 없다는 취지다.
최 위원장은 “(삼성생명의) 자산편중 리스크를 줄이는 게 금융안정성을 확보하는 핵심이고 당국의 관심사항이다. 그런 우려를 완화시킬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은 해당 회사가 제일 잘 알고 있다”며 “(삼성전자 지분 매각에 따라) 경영권이 우려된다면 그런 우려를 덜 수 있는 방안을 삼성이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발 더 나아가 최 위원장은 삼성이 스스로 방안을 가져올 경우 공정거래위원회 등 다른 부처와도 상의하겠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그는 “삼성생명의 지분 문제를 따라가보면 결국 재벌 개혁 문제가 된다. 그런 측면에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도 무엇이든 상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시장 일각에서 거론되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방안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재용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매각 지분을 사들일 경우 일반지주회사가 되고, 동시에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상장 자회사의 지분 20%를 보유하게 돼 있어 삼성물산은 전자 지분을 7%(현재는 삼성전자 지분 4.6% 보유 중)가량 추가 매입해야 한다. 지배구조 개편에 큰 비용이 들어가는 셈인데, 이를 덜어주는 방안을 정부가 찾아볼 수도 있다는 게 최 위원장의 생각이다.
김경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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