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금융·증권

‘삼성바이오 철벽 방어망’ 뚫을 ‘금감원 스모킹건’ 뭘까

등록 2018-05-17 19:51수정 2018-05-17 21:14

금융위 감리위, 분식회계 첫 심의
안진 등 외부감사인들 과거 적정의견
금감원, 새 증거 내놓는 등 입증해야
실패땐 ‘무리수’ 오명 뒤집어 쓸수도
삼성, 콜옵션 행사 가능성 높게 본 게
적절한가가 감리위서 최대 쟁점될 듯
이르면 다음달초 감리위 결론 예상
김학수 감리위원장(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이 17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여부를 가려내는 감리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김학수 감리위원장(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이 17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여부를 가려내는 감리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금융당국의 무리수인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만든 한 편의 각본인가?

장외전이 끝나고 장내 결투가 시작됐다. 금융위원회 감리위원회(위원장 김학수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가 17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첫 심의에 나섰다. 금융당국 안팎에선 감리위의 결론이 이르면 다음달 초쯤 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종 결론은 증선위 의결을 거쳐 확정된다.

이날 오후 2시부터 비공개로 열린 감리위에선 ‘창’과 ‘방패’가 팽팽하게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특별감리를 통해 ‘고의적 분식회계’라는 잠정 결론을 낸 금융감독원 핵심 인사들이 ‘창’이라면, 김태한 대표 등 삼성바이오로직스 고위 임원과 변호인단(김앤장)이 ‘방패’다. 이번 감리위는 회의에 앞서 이례적으로 감리위원 명단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쪽에 유리한 의견서를 써준 외부 전문가(회계학자들) 이름이 공개된 데다 회의 속기록도 남기기로 했다. 양쪽 공방이 뜨겁게 달궈져 있는 터라, 최대한 공정성과 투명성을 지키는 쪽으로 심의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게 당국 설명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감사보고서’(2016년 4월 발표)를 작성할 때 ‘종속회사’로 분류해오던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변경한 것은 적정한 회계처리가 아니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쪽은 공동 투자자인 미국 바이오젠의 콜옵션(예정된 가격에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권리) 행사 가능성이 높아져 ‘지배력이 상실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관계회사로 변경했다는 입장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2011년 설립 이후 해마다 적자를 내던 회사는 단숨에 1조원대 순이익을 내며 그해 11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이날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시가총액은 27조원에 이른다.

금감원이 뚫어야 할 삼성 쪽의 방패는 두텁다. 외부감사인인 딜로이트안진과 삼정케이피엠지(KPMG)가 적정 의견을 준 데 이어 금융위의 위탁을 받아 감리를 진행(2016년 8~10월)한 한국공인회계사회도 같은 판단을 과거에 내린 바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으로선 과거 파악되지 못한 새로운 증거(스모킹건)를 내놓거나 종전에 외부감사인 등이 판단을 내릴 때 ‘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K-IFRS)을 잘못 해석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만 한다. 실패하면 무리한 ‘삼성 손보기’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금감원의 이른바 ‘스모킹건’이 무엇인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등 관련 규정상 감리 내용에 대한 관계자들의 비밀 준수 의무를 부여하고 있는 터라 당국과 감리위원들이 모두 입을 닫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김학수 위원장은 감리위에서 “논의 내용이 유출될 경우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금융당국 안팎에선 2015년 회계처리 변경의 전제가 된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높다고 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판단이 적절한지가 가장 큰 쟁점이라고 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하반기에 바이오젠으로부터 콜옵션 행사 의사가 담긴 편지를 받았으며, 당시 삼성바이오에피스 평가액(시가 기준)이 콜옵션 행사가격을 크게 뛰어넘는 5조원대였다는 점을 강조한다. 실제 콜옵션을 행사하게 되면 바이오젠의 지분율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엇비슷해져,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배력은 약화되거나 상실된다.

금감원은 바이오젠이 콜옵션 행사 의향이 담긴 편지를 삼성바이오로직스 쪽에 보내는 과정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 또 2015년 감사보고서에 담긴 삼성바이오에피스 가치 평가액이 ‘합병 삼성물산’ 의뢰로 딜로이트안진이 2015년 10월 작성한 용역 보고서에 담긴 숫자라는 점도 확인했다. ‘합병 삼성물산’은 2015년 9월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흡수합병해 출범한 회사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최대주주다.

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젠과 맺은 계약에 담긴 콜옵션 내용을 2012년과 2013년 감사보고서엔 담지 않은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아울러 감리위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 변경이 그에 앞서 정해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비율을 사후적으로 정당화하기 위해 이뤄진 것이라고 참여연대 등이 제기한 의혹도 다룬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젠슨 황 “삼성 HBM 테스트, 새 디자인 필요하지만 성공할 것” 1.

젠슨 황 “삼성 HBM 테스트, 새 디자인 필요하지만 성공할 것”

[단독] 윤 대통령, 파리서 총수들 불러 폭탄주…엑스포 투표 나흘 전 2.

[단독] 윤 대통령, 파리서 총수들 불러 폭탄주…엑스포 투표 나흘 전

젠슨 황은 보여줬다…인공지능으로 가는 길은 이쪽입니다 [CES 2025] 3.

젠슨 황은 보여줬다…인공지능으로 가는 길은 이쪽입니다 [CES 2025]

6개월 무이자 할부 ‘혜자카드’ 사라진다 4.

6개월 무이자 할부 ‘혜자카드’ 사라진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 “로컬라이저 규정 위반 아니지만 미흡”...사의 표명 5.

박상우 국토부 장관 “로컬라이저 규정 위반 아니지만 미흡”...사의 표명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