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6일 우리사주조합원에 현금으로 줘야 할 배당을 주식으로 잘못 지급하는 금융사고가 삼성증권에서 발생했다. 당시 지급된 주식은 실제 존재하지 않은 ‘유령주식’이었다. 이 회사 임직원인 조합원들은 유령주식을 시장에 팔아 시세 차익을 얻었다. 현행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무차입 공매도’를 한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28일 이런 거래를 원천 차단하는 제도 개선방안을 내놨다. <한겨레> 자료 사진
‘폐지 대신 보완.’
지난달 초 삼성증권의 배당 사고로 다시 불거진 공매도 폐지 요구에 대해 금융당국은 ‘제도 개선’이란 답을 내놨다. 개인 투자자들도 공매도에 보다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질하고, 유령주식 매도와 같은 불법적 공매도 거래에는 감시와 처벌을 강화하는 쪽으로 바뀐다.
금융위원회는 28일 발표한 ‘주식 매매 제도 개선방안’에서 공매도는 여전히 유용한 주식 거래제도라는 사실을 재확인했다. 단기 과열 종목의 주가 급변동에 따른 시장 혼란을 줄일 수 있고, 투자자들이 쓸 수 있는 투자 전략 중 하나로서, 공매도 제도는 여전히 유용하다고 금융위는 판단했다. 공매도는 가격 하락이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 기법의 하나로, 미국이나 일본, 유럽 등 대부분의 증시에서 허용되고 있다. 다만 주가 하락 압력을 높이고 기관 투자자가 주로 이 제도를 활용하는 터라 개인 투자자 사이에선 불만이 많았다.
먼저 개인 투자자도 보다 손쉽게 공매도 거래를 할 수 있게 된다. 개인 투자자들이 증권금융을 통해 빌릴 수 있는 주식의 종류와 수량을 확대하고, 주식을 빌려주는 서비스에 참여하는 증권사도 늘려가기로 했다. 증권금융은 주식·채권 등을 담보로 자금을 빌려주거나 투자자 예탁금을 운용하는 금융공기업으로 주식을 빌려주는 사업도 하고 있다. 민간 증권사 중에 주식 대여 사업을 하는 곳은 현재 유안타 증권 등 5곳에 그친다.
기관 투자자들의 공매도 규제는 좀 더 강화하기로 했다. 증권사가 자기·위탁 매도 주문을 집행할 때 주식 존재 확인 의무가 강화된다. 현행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무차입 공매도’ 거래가 나타날 가능성을 원천 차단한다는 취지다. 현재는 투자자 주식을 신탁·보관기관에서 관리하는 경우 증권사에서 주식 차입 여부를 신속하게 확인하기 어려웠다. 같은 맥락에서 ‘잔고·매매 모니터링 시스템’도 별도로 구축한다. 이외에도 의심스러운 공매도 거래를 들여다보는 ‘전담 조사반’도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에 설치하고, 공매도 규제 위반을 한 투자자에 대해선 형사 처벌은 물론 부당이득 환수를 위한 과징금 제도도 도입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이런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올 하반기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김경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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