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17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여부를 가려내는 감리위원회에서 김학수 감리위원장(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이 대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단.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의 ‘고의적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최종 결론이 결국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손에 넘어갔다. 앞서 감리위원회가 그동안 3차례에 걸쳐 모두 35시간 남짓 마라톤 심의를 벌였으나, 팽팽한 의견 대립만 확인한 채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해서다. 감리위에 참석한 금융위 소속 3명조차 매우 이례적으로 찬성과 반대, 유보로 입장이 모두 엇갈렸다.
3일 금융당국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달 31일 감리위 회의에 참석한 위원 가운데 고의적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본 금융감독원에 손을 든 위원이 3명, 고의성이 없다는 삼성바이오 쪽의 손을 들어준 이가 3명으로 팽팽한 의견 대립을 보였다. 나머지 2명의 위원 가운데 1명은 ‘유보’ 입장을, 또 다른 한명은 ‘중립’에 가까운 의견을 냈다. 중립 의견을 낸 감리위원은 삼성바이오가 일부 분식을 했다고 봤으나 금감원이 말하는 정도로 ‘고의성’이 있다거나 분식 규모가 크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감리위는 이례적으로 속기록을 작성한 터라 각 위원의 진술 내용도 모두 문서로 남아있다. 흥미로운 점은 감리위에 참석한 금융위 관료들의 견해도 모두 엇갈렸다는 점이다. 우선 유보 의견을 낸 1명은 김학수 감리위원장이었다. 김 위원장은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을 거쳐 증선위 상임위원 겸 감리위원장을 맡은 금융관료 출신으로, ‘공정한 심의 운영’을 이유로 견해를 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 외에 박정훈 금융위 자본시장국장과 임승철 금융위 법률자문관(검사 출신)도 회의에 참석했는데, 이들은 삼성바이오의 ‘고의적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 각기 엇갈린 의견을 냈다. 감리위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통상 금융위 몫 3표는 어느 한쪽으로 쏠리기 마련인데 이번엔 3표 모두 달라서 매우 이례적인 모습”이라고 말했다.
감리위에선 이처럼 2015년 감사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한 행위 등 핵심 쟁점에서 의견이 팽팽하게 맞선 반면, 비교적 중요도가 작은 쟁점에 대해선 의견이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 공동 합작사인 바이오젠이 들고 있는 콜옵션(특정한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을 2012~2014년 삼성바이오 감사보고서에 반영하지 않은 행위는 문제가 있다고 감리위원들은 봤다.
감리위에선 이른바 ‘이면거래 의혹’도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면거래 의혹은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해 늘어난 에피스의 지분 중 상당 규모를 삼성물산이 매수하는 협상을 삼성물산과 바이오젠이 벌이고 있다는 소문과 관련된 것이다.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의 최대주주다. 이 의혹은 지난 4월초
국내 언론에서 보도된 이후 일부 국외 증권사에서 언급하기도 했다. 삼성바이오 쪽 관계자는 “삼성물산에서 어떤 협상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른다”라며 엔시엔디(NCND·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것을 가리킴)식 답변을 감리위 심의 과정에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종 결론이 내려질 증선위 회의는 오는 7일 첫 회의가 시작된다. 증선위원은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증선위원장)과 김학수 상임위원(감리위원장), 조성욱 비상임위원(서울대 교수), 박재환 비상임위원(중앙대 교수·한국세무학회장·전 감리위원), 이상복 비상임위원(서강대 교수) 등 5명이다.
김경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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