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확장을 시작한 건 2009년 6월이다. 그 추세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벌써 110개월째다. 미국 역사상 경기 확장이 100개월을 넘었던 적이 두 번 있었다. 한번은 1960년대의 106개월이고, 다른 한번은 1990년대의 120개월이다. 상반기에 경기 확장 기록의 2등이 바뀐 것이다.
1960년대는 미국 역사상 최고의 번영기다. 모든 산업에서 미국이 절대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고, 군사력까지 포함하면 영향력이 세계의 절반을 넘었다. 2차대전 이전부터 쌓아 온 부를 바탕으로 대량 소비가 시작돼 자동차, 가전제품 등 우리가 내구소비재라고 얘기하는 것들이 이때 갖춰졌다.
1990년대는 2차 번영기다. 1970년대 접어들면서 미국의 위상은 빠르게 하락했다. 제조업 부문에서 일본과 독일에 추월당했고, 달러의 위상이 약해졌다. 기업의 경쟁력도 계속 약해져 이를 극복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구조조정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80년대 중반부터 그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생산성 향상에 힘입어 높은 성장과 낮은 물가가 동시에 달성됐다. 컴퓨터와 정보통신에 의한 3차 산업혁명이 미국을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미국 제품의 경쟁력이 더욱 높아졌다.
이번 경기 회복은 앞선 두 기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도가 약하다. 경기 확장이 시작된 이후 9년 동안 평균 성장률이 1.7%에 지나지 않는다. 회복의 동력이 경제 내부보다는 저금리와 유동성 공급과 같은 외부 요인에 의존해 강한 힘을 얻기 힘들다. 경제를 끌고 가는 동력과 확장 기간을 비교하면 지금 당장 미국 경제가 꺾이더라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다.
미국 경제가 확장을 이어갈 수 있느냐 아니냐는 국내외 주식시장을 판단할 때 중요한 요인이다. 미국이 경기 확장을 지속할 경우 국내 코스피 시장은 2300선 회복은 물론 그 이상으로 상승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주가 동조화가 정착된 상황에서 국내 시장만 하락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 경기마저 꺾일 경우 2300 붕괴는 물론 훨씬 낮은 수준까지 주가가 내려갈 수 있다. 최악의 경우 2011년 이후 6년간 박스권을 형성했던 1800~2200 사이로 다시 들어갈 수도 있다. 지난해 주가 상승은 우리 자체적인 힘보다 선진국 시장에 떠밀려서 올라온 경향이 강한데 투자자들의 관심이 금리 인상과 무역분쟁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갈 때가 됐다. 다행히 아직은 세금 감면 효과로 미국 경기가 나쁘지 않다.
이종우 주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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