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증가율이 15분기 만에 처음으로 6%대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빚내서 집 사라’ 정책 시행으로 촉발됐던 ‘가계부채 급증기’ 터널은 지났지만, 여전히 소득증가율보다는 두배가량 빠른 속도로 부채가 늘고 있다.
올해 3분기 가계부채(가계신용)가 22조원 늘어나 총액이 1500조원을 돌파했다. 전년동기대비 증가율이 15분기 만에 6%대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소득증가율보다는 두배가량 높았다. 또 가계부채 가운데 가계대출을 제외한 판매신용(할부구매 등)은 10%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21일 내놓은 ‘2018년 3분기중 가계신용(잠정)’을 보면, 3분기에 가계부채는 22조원 늘어 총액 1514조4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동기(+31조4천억원), 전분기(+24조1천억원)보다 증가폭이 줄었다. 전년동기대비 증가율도 6.7%로 2014년 4분기(6.5%) 이후 가장 낮았다. 한은 문소상 금융통계팀장은 “가계부채 증가가 2016년 4분기(11.6%) 이후 7분기째 둔화세를 이어갔다”며 “가계대출 급등기 이전인 2005~14년 평균 증가율인 8.2%보다도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2014년 최경환 경제부총리 취임 뒤 ‘빚내서 집 사라’ 정책 시행과 함께 시작됐던 ‘가계대출 급증기’(2015~17년) 터널에서는 벗어난 모양새지만, 6%대 증가율도 가계 소득증가율 증가속도보다는 훨씬 빠른 수치다. 올해 1, 2분기 국민총소득(GNI) 전년동기대비 증가율(명목·원계열)은 각각 3.2%, 3.5%다. 3분기 통계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1~2분기 흐름을 바꿀 큰 변수는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도 부채가 소득보다도 두배쯤 빨리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가계부채 종류별로는 가계대출이 18조5천억원 늘었다. 2016년 3분기(+36조9천억원), 2017년 3분기(+28조3천억원)에 비해 증가폭이 꽤 축소됐다. 다만 전분기에 비해서는 예금은행 대출이 12조8천억원에서 14조2천억원으로 되레 늘었다. 문 팀장은 “기타대출은 증가세가 축소됐지만, 아파트 집단대출과 전세자금대출 등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지속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신용카드·캐피탈사 등 여신전문기관 또는 자동차회사·백화점 등에서 할부로 물품을 산 뒤 남은 결제 잔액을 뜻하는 판매신용은 3조6천억원이 늘어 전년동기(3조원), 전분기(2조1천억원)보다 증가세가 확대됐다. 전년동기대비 증가율(11.1%)도 2016년 4분기(11.6%) 이후 8분기째 10%대 증가율을 이어갔다. 총액(할부 잔액)도 86조7천억원으로, 2년 전(2016년 3분기 67조9천억원)보다 28% 증가했다.
이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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