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분기 부동산업과 도소매·숙박·음식업을 중심으로 서비스업 대출액이 사상 최대폭으로 증가했다. 또 7분기 만에 운전자금 대출 증가액이 주로 설비 투자 용도로 쓰이는 시설자금 대출 증가액보다 더 많아졌다. 저금리로 풀린 돈이 생산적인 투자로 이어지지 못한 채 부동산으로만 쏠리고, 영세 자영업자들의 경영난은 갈수록 악화하는 우리 경제 현실이 대출 지표로 나타난 것이다.
한국은행이 29일 내놓은 ‘2018년 3분기중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을 보면, 3분기에 산업별 대출금은 전분기 말보다 24조3천억원 늘었다. 2008년 3분기(30조3천억원) 이후 최대 증가폭으로, 대출 잔액(1107조원)도 처음으로 1100조원을 돌파했다.
업종별로는 서비스업(잔액 659조7천억원) 대출이 18조원 늘어 전체 증가액의 75%를 차지했다. 제조업(347조원)과 건설업(41조1천억원) 대출금은 각각 4조7천억원, 8천억원 늘었다. 서비스업 대출은 2008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폭으로 늘었는데, 그 가운데서도 부동산업과 도소매·숙박·음식업이 각각 8조9천억원과 5조5천억원 늘어 대출 증가세를 주도했다. 부동산업 대출(잔액 224조9천억원)은 지난해 3분기 이후 5분기째 7조원 이상 증가세를 이어갔다. 도소매·숙박·음식업(196조3천억원)은 최대폭 증가를 보였던 지난 분기(6조원)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여전히 높은 증가세를 이어갔다. 문소상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부동산업과 도소매 음식·숙박업 대출이 꾸준히 증가한 결과 서비스업 대출규모가 사상 최고폭으로 늘어났다. 특히 부동산업 대출 증가액 가운데서도 임대사업자 대출이 꽤 큰 몫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조업 대출은 347조원으로 4조7천억원 증가했다. 증가 규모는 전분기(5천억원)보다 10배 가까이 늘었다. 건설업은 지반조성에서 토목시설과 건축물 건설까지 총괄해 수행하는 종합건설업(잔액 28조3천억원) 대출액이 전분기 4천억원 감소에서 4천억원 증가로 반전했고, 특정부문 공사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전문직별공사업(12조8천억원) 대출도 3천억원 증가했다.
대출 용도별로는 운전자금 대출이 14조2천억원 증가해, 7분기 만에 시설자금 대출(10조1천억원) 증가액을 넘어섰다. 대출 증가는 그 자체로 부채 증가여서 부정적이지만 시설자금 대출은 미래 투자란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만큼 양면성이 있다. 미래 투자인 설비자금 대출보다 현상 유지 성격이 큰 운전자금 대출이 많이 늘었다는 것은 경기상황에 대한 부정적 신호로 읽힌다.
이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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