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부터는 국내 자산운용사들도 한국은행으로부터 외환보유액을 위탁받아 선진국 주식투자에 나설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21일 “선진국 주식에 투자하는 (외환보유액 위탁) 운용기관으로 외국계 자산운용사뿐만 아니라 국내 자산운용사도 포함하기로 했다”며 “자산규모 등 일정 자격요건을 갖춘 자산운용사들을 대상으로 2월15일까지 신청받아 3월까지 선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은의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12월 기준 4037억원인데, 그 대부분인 외화자산의 80%가량을 직접 운용하고 나머지는 글로벌 자산운용기관 등에 위탁 운용하고 있다. 안정성을 최우선시하는 만큼 한은 외화자산은 채권이 85%가량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주식은 8%가량에 불과하다.
한은은 앞서 2012년 중국 주식투자 위탁운용사 문호를 국내 자산운용사들에 개방했고, 현재 3개 국내 자산운용사가 외환보유액을 위탁받아 위안화 주식시장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은은 지난해에는 외화채권 매매 중개사 문호를 국내 증권사들에 개방한 바 있다.
한은 정호석 외자기획부장은 “해외운용 규모가 2014년 말 52조원에서 2018년 11월 말 117조원으로 늘어나는 등 국내 운용사들의 해외운용 역량이 과거에 비해 크게 개선됐다”며 “선진국 주식투자 위탁운용사에 국내 자산운용사를 선정함으로써 국내 자산운용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 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은은 선진국 주식투자 위탁운용사 응모에 국내 주요 5~10개 자산운용사가 참여할 수 있는 정도의 내부 기준을 마련했고, 계약체결을 거쳐 늦어도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위탁운용을 시작할 계획이다. 위탁 규모는 3억달러가량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외화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채권투자의 국내 운용사 위탁과 관련해 최재용 위탁1팀장은 “채권투자는 주식투자보다 좀더 어렵고 복잡해, 국내 자산운용사들도 (외국 운용사들에) 재위탁하는 경우가 많다”며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음을 내비쳤다.
이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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