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에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2400까지 떨어졌을 때까지만 해도 미국시장의 대세 상승은 끝났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그럴 만도 한 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동안 한 번도 주가가 20% 이상 떨어진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이런 전망을 비웃기라도 하듯 주가가 상승하더니 마침내 사상 최고치에 바짝 다가섰다.
미국 주식시장이 상승한 이유는 셋이다. 우선 경제와 기업실적이 우려했던 것만큼 나쁘지 않을 수 있다는 기대이다. 두번째는 금리 하락인데 3월 중순에 시중 금리 하락으로 지난 10년 동안 적용됐던 ‘저금리=주가 상승’이란 원리가 다시 작동되기 시작했다. 마지막은 미-중 무역협상이다. 협상이 잘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장이 이에 맞춰 상승했다. 무역협상이 시장에 얼마나 영향을 줬는지는 중국시장을 보면 알 수 있다. 지난 3개월 사이에 상하이 지수가 33% 올랐다.
분위기가 좋아지긴 했지만, 주가가 계속 오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석 달은 미국 주식시장이 낮은 곳에서 올라오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저항이 작았지만, 앞으로는 사정이 다르다. 최고점을 통과한 후에 많은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데 이를 이겨내면서 주가가 전진해야 한다.
시장조사업체 팩트셋(FactSet)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스탠더드앤드푸어스 500지수 구성 기업의 주당순이익(EPS)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7% 줄어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분석대로라면 미국의 기업실적은 2016년 2분기 이후 처음 줄어드는 셈이 된다. 업종별로는 아이티(IT)의 실적 둔화가 특히 심하다. 애플과 인텔의 실적 부진으로 아이티의 주당순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11% 정도 줄어들 거로 전망되고 있다. 2012년 4분기 이후 최저치로 이익 둔화가 미국 시장이 넘어야 할 1차 관문이 됐다.
우리 시장이 2200을 넘을 수 있었던 동력은 둘이다. 하나는 반도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로 외국인 매수가 늘어났다는 점, 또 하나는 미국 주가 상승이다. 둘은 내용상 연결돼 있다. 미국 시장에서 나스닥의 상승이 특히 두드러졌는데 우리 시장에서 이에 부합하는 종목이 반도체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미국 시장이 어떻게 될 것인가가 우리 시장의 모습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일 수밖에 없다.
지난 1년반 동안 미국시장은 고점 부근의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그 사이 이익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경기도 나쁘지 않았다. 대규모 유동성 공급이 이루어지는 등 모든 면에서 괜찮았다. 금리 인상이 걸리긴 했지만, 결정적인 악재는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넘지 못했던 선을 이번에 통과하려면 새로운 동력이 있어야 한다. 그 동력을 확보했는지는 알 수 없다. 만약 확보하지 못했다면 이번 상승은 반등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주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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