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판이 틀어져 버린 걸까?
무역협상이 갑자기 난기류에 휩싸인 이유에 대해 중국 쪽에서는 명확한 언급이 없다. 오직 미국 쪽의 얘기만 있을 뿐인데 중국이 기존에 합의했던 사안 중 최소 여섯 군데 이상의 재협상을 요구했기 때문이라 한다. 이게 사실이라면 일반적인 생각과 차이가 크게 난다. 이번 무역갈등은 미국에 의해 처음 시작됐고 진행되는 내내 미국이 주도권을 쥐고 있었기 때문에 수정을 요구하더라도 미국이 할 가능성이 컸는데 반대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중국이 재협상을 요구했다면 이는 지난 1년간 무역데이터를 근거로 했을 것이다. 지난해 2월에 시작된 무역분쟁은 올해 들어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1~4월 중국의 대미 수출액은 약 1224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 가량 줄었다. 중국의 미국제품 수입액 역시 556억달러에서 388억달러로 30% 넘게 감소했다. 그 결과 중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 정도 늘었다. 중국 입장에서 나쁘지 않은 결과다.
이런 상황은 앞으로 중국의 전략에도 영향을 줬다. 무역협상이 결렬돼 미국이 수백억 달러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부과액의 상당 부분이 미국 소비자에게 넘어갈 거라 판단한 것이다. 당장 중국제품을 대체할 곳을 찾기 힘든 상태여서 미국 소비자들이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중국제품을 계속 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란 핵 협상과 북미 하노이 협상 결렬도 지금의 상황을 만드는 데 역할을 했다. 회담 전에 만들어졌던 양자 간 합의가 미국에 의해 손쉽게 깨지는 걸 본 중국으로서는 섣부른 양보보다 강공으로 나가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협상이 강 대 강의 대결로 바뀐 만큼 해법이 대단히 복잡해졌다.
무역분쟁으로 주가가 크게 하락한 건 지난 4개월간 시장이 협상 타결을 당연한 거로 생각하고 움직여 왔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악재가 발생해 하락이 컸는데 1차 반응은 마무리됐다. 추가 협상 과정에서 완전 결렬이 되더라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며칠에 그칠 것이다. 이미 주가가 많이 내려왔고, 결렬되더라도 추가 협상 가능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코스피가 2000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내려올 경우 매수에 가담하는 게 좋다. 지금 시장 여건이 좋지 않다. 경제가 좋지 않고 1분기 실적도 내세울 만한 게 없다. 연초 이후 원화가 5% 절하된 데서 보듯 경제지표에 대한 부정적 반응이 다른 어떤 나라보다 강하게 나오고 있다. 앞으로 회복도 빠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악조건 모두를 감안하더라도 주가가 낮은 건 부인할 수 없다. 종합주가지수 2000은 작년 4분기와 연초 두 번의 시험을 통해 지지력이 검증된 지수대이다. 선진국 시장이 크게 하락하는 정도의 재료가 나와야 이 선이 뚫릴 텐데 아직 그런 상황은 아니다.
주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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