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R이라는 지표가 있다. 우리말로 주가순자산배율이라고 얘기하는데 주가가 해당 기업이 가지고 있는 순자산(자산에서 부채를 뺀 액수)의 몇 배로 거래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수치가 낮을수록 주가가 자산 가치에 비해 싸게 거래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시장에서는 PBR 1배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주가가 이 밑으로 내려갈 경우 회사 문을 닫고 남은 자산을 나눠 갖는 게 시장에서 주식을 내다 파는 것보다 주주들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주가가 PBR 1배 밑으로 떨어질 이유가 없는데 지금 우리 시장은 0.9배 수준에 그치고 있다.
주가가 이렇게 낮아진 이유는 셋이다. 우선 기업실적이 좋지 않았다. 1분기에 상장사의 영업이익이 35% 넘게 줄었다. 반도체의 이익 감소가 특히 컸을 뿐 다른 종목도 상황이 비슷했다. 이 기조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올해 기업이익은 2011~2012년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 줄어들게 된다. 이익 감소율이 30%를 넘는 점까지 고려하면 실적 둔화에 따른 악영향은 불가피해 보인다.
국내외 경기둔화도 문제다. 경제가 좋다는 미국도 실업률과 소비심리를 제외한 다른 부분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중국은 작년 말 여러 부양 대책을 내놓았지만 부동산 외에는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유럽은 1년 가까이 경기둔화에 시달리는 상태이고 우리 역시 작년 하반기에 시작된 경기둔화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주가에 그대로 반영돼 미국 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후 다시 하락하고 있다. 이에 따라 2년 사이에 비슷한 수준에서 3개의 고점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상승 동력이 보강되지 않고는 추가 상승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역분쟁은 확대일로에 있다. 이미 빠른 해결은 물 건너간 것 같다. 시장에서는 이달 말 열리는 G20회담에서 합의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가능성이 낮다. 무역분쟁이 시작되고 1년이 지났지만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개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보호무역이 효과를 내지 못함에 따라 미국의 압박 강도가 계속 세질 수밖에 없는데 분쟁 대상국이 중국에 이어 멕시코, 인도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작년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 흑자 규모는 410억달러로 세계 10위 수준이다. 무역분쟁이 전방위로 확대될 경우 불똥이 우리에게까지 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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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좋지 않지만 지수 2000이 쉽게 뚫리지는 않을 것이다. 작년 말에 선진국 시장이 20% 가까이 하락하는 와중에도 2000선이 지켰기 때문에 이번에도 방어에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이 선이 뚫리려면 선진국 시장이 연말 수준까지 내려가는 일이 먼저 벌어져야 하는데 아직 그런 상황이 아니다. 참고로 작년 말 선진국 시장의 저점은 지금보다 10% 정도 낮았다.
주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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