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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역대 최저수준 2%대 금리 주담대…소비자엔 ‘그림의 돈’

등록 2019-07-17 19:41수정 2019-07-18 09:45

고정금리, 변동보다 0.6%p 내리자
은행들, 대출 갈아타기에 방어막
일부에선 신규·대환 대출 중단까지
이자 줄이려 창구 찾은 사람들 헛걸음

변동→고정 대출 전환 땐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내규 있지만
일선에선 “규정 없다” 설명까지
가계부채 개선 정부정책 헛바퀴
※ 그래픽을(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5년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판매가 지난 15일부터 한시적으로 중단됐습니다. 신규 대출도 안 되고 갈아타기도 할 수가 없어요. 워낙 낮은 금리로 많이 나가다 보니까 은행으로선 물량 조절해야 하는 것도 있고, 금리 산정 기준을 재설계한다고 합니다. 언제 판매가 재개될지 일선 영업점에선 알 수가 없어요. 예전에 이런 비슷한 이슈로 판매가 중단됐을 땐 1년씩 중단되고 했던 걸 생각하면 당분간은 판매가 안 된다고 봐야 합니다.”

17일 서울 양천구에 있는 엔에이치(NH)농협은행 영업점 직원은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고정금리 상품(5년 혼합형)으로 갈아타고 싶다는 상담에 현재 해당 상품이 아예 판매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게다가 농협은행 영업점들에선 대출 갈아타기를 할 경우 애초 주택구매용으로 받았던 자금의 성격이 생활안정자금으로 바뀐다고 안내한다. 이럴 경우 한도가 원칙적으로 1억원으로 제한되는 탓에 기존 대출금이 이보다 많다면 이자 절감 목적의 금리 갈아타기는 사실상 차단돼 버리는 셈이다.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가 역대 최저수준으로 내려오면서 이자부담을 덜고 싶은 금융소비자들의 발길이 은행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일선 은행 영업 현장은 ‘방어’와 ‘차단’에 급급한 모습이다. 인기 높은 고정금리 상품의 판매가 아예 중단되는가 하면, 같은 은행 안에서 변동금리 대출을 고정금리로 전환할 경우 고객에게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하도록 한 은행 내규는 영업 현장에서 사실상 외면당하고 있다. “대출 받은 지 3년 이내라면 무조건 중도상환수수료가 발생한다”, “본점에 결재를 올려봐야 면제 여부를 알 수 있다”, “담보인정비율(LTV)뿐 아니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을 따져봐서 조금이라도 한도가 줄어들면 같은 액수 대환 대출이 아니어서 면제 대상이 안 된다” 등 주요 은행들이 영업점에서 내놓는 구실은 다양하다. 하지만 금융소비자가 이자 절감을 목적으로 한 대출 갈아타기에 나서면 ‘9·13 규제에 따른 한도축소’나 ‘중도상환수수료’ 등을 내세워 발길을 돌려세운다는 점은 비슷하다. 결국 고정금리 상품의 금리가 2%대로 내려왔다고 해도 갈아타기 수요자에겐 ‘그림의 떡’이 되는 셈이다.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로 대출을 갈아탈 때 주택담보대출의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하는 것은 2011년 이래 가계부채 구조 개선을 위해 지속 중인 정부 정책이다. 최근엔 ‘고정금리<변동금리’ 역전 기현상이 10개월 가까이 이어졌지만, 통상 변동금리 상품의 금리가 더 낮고 고객 선택도 쏠릴 때가 많다. 이에 금융당국은 금리 상승기 변동금리 대출자들의 이자부담을 우려해 같은 은행 안에서 고정금리 전환 땐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혜택을 주기로 은행권과 협의했다. 이후 은행연합회에서 이를 수용하는 가이드라인을 내놨고, 각 은행은 이를 내규화해서 지금에 이르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2011년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졌으나 2014년 말 비명시적 규제철폐 과정에서 이를 공식적으론 없앴다”면서도 “이는 정부가 정책 방향을 바꾼 게 아니라 은행이 이미 내규화를 끝냈으니 가이드라인의 용도가 다했다고 보고 폐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더 낮아지는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고 해도 고정금리 상품으로 유도하려는 정책 방향엔 변한 게 없다”며 “4대 시중은행은 공식적으론 관련 내규를 지금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은행 영업 현장은 이런 내규를 거슬러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혜택을 제대로 적용해주지 않아 소비자에게 불이익이 돌아가고 있다. 변동금리 대출을 받은 지 3년 이내인데 고정금리로 전환할 때 면제를 못 받는다면 대출잔액의 일정비율(최대 1.2%)을 계약 해약금으로 내야 한다. 새로 받을 대출금리가 웬만큼 낮지 않고는 중도상환수수료를 감수하며 갈아타기를 감행하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다.

실제 케이이비(KEB)하나은행에서 변동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는 회사원 ㄱ씨는 “요즘 고정금리가 2%대까지 떨어졌다는데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이자가 3%대 금리길래 은행에 찾아갔더니, 대출을 받은 지 3년이 안 지나서 갈아타기를 하려면 중도상환수수료를 내라고 했다”며 “같은 은행 안에서 고정금리로 전환할 때는 수수료를 안 내도 되는 것 아니냐고 항의해봤지만 현재는 정책이 그렇지 않다는 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콜센터에선 실제 고객에게 “고정금리로 갈아탄다고 해도 대출받은 지 3년 이내엔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받을 수 없다”고 안내하고 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역시 영업 현장에서 이런 수수료 면제에 대해 “본부에 결재를 올려야 하는 사안”이라고 답하거나 “현재 고정금리 상품을 팔지 않아서 갈아타기를 할 수 없다”는 오도된 응대를 내놨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의 금리가 변동금리 상품보다 많게는 0.6%포인트 이상 낮아지면서 고객 쏠림 현상이 커져 은행엔 리스크 관리 등 문제가 됐다”며 “사실 예전 같으면 영업상 가산금리를 조정해서 고정금리 상품의 실질 금리를 올렸을 텐데 금융당국 눈치를 보느라 손을 못 대고 있는 측면도 있다”고 전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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