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연일 하락하고 있다. 지금은 2000을 지켜낼 수 있을지조차 확신할 수 없는 상태다. 더 큰 문제는 우리만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동안 우리 시장이 계속 하락하다 보니 ‘해외시장이 떨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우려가 커졌다.
주가 하락의 첫째 원인은 경제와 기업실적 부진이다. 여기에 새로 시작된 완화정책이 시장에 힘이 되지 않을 거란 전망이 더해지면서 하락이 빨라졌다. 시장의 기대가 부담 요인으로 바뀐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두 번의 금융완화 상황이 있었다. 1차는 2009년 중반에 시작해 1년간 계속됐다. 미국이 양적 완화를 통해 1조8천억달러를 시장에 넣어준 게 계기였다. 그 전에도 일부 자금투입이 있긴 했지만 부실 금융기관을 살리는 데 사용돼 효과를 보지 못했다. 1차 완화 때 선진국 주가가 40%, 신흥국은 105% 올랐다. 금융위기로 주가가 낮은 상태에서 금융완화를 기점으로 경기가 빠르게 회복된 게 주가를 끌어올리는 힘이 됐다. 우리 시장은 다른 어떤 곳보다 반응이 빠르고 강했다. 금융완화 조치가 시행되고 1년 반 만에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였다.
2차 완화는 2011년에 시작해 2년간 이어졌다. 미국의 양적 완화에 유럽은행이 가세한 게 원인이었다. 여기에 일본까지 힘을 합치면서 유동성 공급 규모가 커졌다. 자금이 풀린 규모에 비해 주가는 좋지 않았다. 선진국 시장은 1차와 마찬가지로 40% 상승했지만 신흥국은 4% 오르는 데 그쳤다. 종합주가지수 역시 1800~2100 사이를 벗어나지 못했다. 완화정책이 선진국에서만 시행되면서 지역별로 주가 움직임이 달라진 것이다. 여기에 중국 경제가 둔화한 영향이 더해지면서 신흥국 시장의 부진이 더욱 심해졌다.
그리고 이번이 세 번째다. 한국은행에 이어 미국 연준도 금리를 인하했다. 유럽과 일본은 유동성 공급을 약속했다. 상황에 따라 다시 한 번 국제적인 금융완화 정책이 시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완화정책이 시작됐지만 주가 움직임은 2차보다 더 좋지 않다. 미국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동안 유럽시장은 전고점조차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상승 지역이 더 줄어든 것이다.
1, 2차 완화 때만 해도 주식시장은 금리를 내리는 사실에 열광했다.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금리가 너무 낮아 추가로 돈을 풀거나 금리를 내려도 반응이 나타날 상황이 아니다. 반면 주가는 과거 경험 덕분에 먼저 상승했다. 미국 금리 인하 이후 주가가 오르기보다 하락할 가능성이 높음을 암시해 주는 부분이다. 정책이 오래 계속되면 사람들이 익숙해져 기대만큼 효과가 나오지 않게 된다. 주식시장 입장에서는 호재가 악재로 뒤바뀌는 건데 세심한 분석이 필요하다. 미국 금리 인하를 계기로 주가가 하락하면 상당 기간 조정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주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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