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KEB하나·우리은행 파생결합상품(DLF) 피해자모임이 서울 하나은행 본점 앞에서 “사기 판매를 규탄한다”고 외치며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피해자모임 제공
선진국 금리 연계형 파생결합상품(DLF) 대규모 손실 사태가 가시화한 지 두 달 만에 케이이비(KEB)하나은행이 처음으로 공식 사과문을 내놨다.
1일 하나은행은 보도자료를 내어 “국외 금리연계형 디엘에프 손실로 인해 고통과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소비자 보호를 위한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성규 은행장은 “은행을 믿고 거래해 준 손님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책임 있는 자세로 진심을 다해 분쟁조정절차 등에 적극 협조하고 무엇보다 손님보호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과문 발표는 금융감독원이 디엘에프 설계·제조·출시·판매 전반에 대해 검사를 진행해 중간 결과를 발표한 직후 이뤄졌다. 금감원은 디엘에프를 대거 판매한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물론, 디엘에프에 관여한 금융사 전반에서 내규를 어기거나 내부통제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등 다수의 위규 사례가 발견됐다고 공개했다. 이에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달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고객에 대한 사과와 대처 방안을 먼저 공식화했다.
하나은행은 향후 제도 개선 계획도 발표했다. 먼저 소비자보호를 위해 본점 안에 ‘손님 투자 분석센터’를 새로 만들기로 했다. 이로써 고객의 투자성향을 분석할 때 고객을 대면한 자산관리전문가(PB)만 통하는 게 아니라 본점 승인도 추가로 거치도록 할 방침이다. 고객 자산이 고위험상품에 집중되지 않도록 예금자산 대비 고위험 투자 상품의 투자한도도 설정하기로 했다. 또 피비의 성과를 평가할 때 쓰는 핵심성과지표(KPI)에 고객 수익률 등 고객 관리 비중을 두 배 이상 높이기로 했다. 상담부터 사후관리까지 투자상품 가입과 관련된 모든 절차를 소비자보호 관점에서 재설계하기로 했다.
하나은행은 영·미 이자율 스와프(CMS) 금리 연계 디엘에프 판매잔액이 지난 8월 초 3938억원 상당이었으나, 9월25일 기준 3183억원으로 750억원가량 잔액이 줄었다. 손실이 더 커질 것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50% 이상의 손실률을 감수하며 대거 환매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또 현 금리수준에선 예상 손실률이 약 55%로, 3183억원 가운데 1763억원의 원금을 잃을 것으로 추산된다.
한편 이날 디엘에프 가입 피해자모임은 서울 하나은행 본점 앞에 모여서 “은행의 사기판매를 규탄한다”며 원금 전액 배상을 요구하는 항의 시위를 펼쳤다. 또 검사 결과 발표가 있었던 서울 여의도 금감원과 우리은행 본점 앞에서도 피해자들의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정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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