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스틴베스트, 국내 첫 실증분석 결과 내놔
국민연금 지분율 높을수록 배당성향도 커져
순이익 감소 효과는 고려 없어 분석 한계도 엿보여
국민연금 지분율 높을수록 배당성향도 커져
순이익 감소 효과는 고려 없어 분석 한계도 엿보여
한라그룹 지주사인 한라홀딩스의 지난해 배당총액은 한 해 전보다 66억원 늘어난 210억여원이다. 같은 기간 배당성향도 17%에서 251%로 뛰어올랐다. 이 회사의 주요 주주 중 하나는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지분율 13.5%)이다.
이런 배당성향 변화를 가져온 원인 중 하나를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서 찾는 분석이 나왔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를 유도하기 위한 자율 지침으로, 국민연금은 지난해 도입했다. 이 지침은 국내 기업이 총수 일가 등의 이해관계에만 충실한 나머지 주주들의 이해관계는 뒤로 밀리는 데 따른 부작용을 줄이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책임투자 컨설팅 기관인 서스틴베스트는 26일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효과 연구’란 보고서를 내어 “국민연금이 투자하지 않은 상장기업의 평균 배당성향보다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확보하고 있는 상장기업들의 평균 배당성향이 약 55% 높았다. 이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뚜렷하게 관찰됐다”고 밝혔다. 이 분석은 국내 상장사를 ‘국민연금 지분율 5% 이상 기업’, ‘지분율 5% 미만 기업’, ‘미투자 기업’ 세 그룹으로 나눈 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전후의 배당성향 변화를 따져보는 식으로 진행됐다.
이에 따르면, 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기 전에는 세 그룹 간 배당성향에는 일정한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해당 코드를 연금이 도입한 이후에는 연금의 지분율이 높을수록 배당성향이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연금 지분율이 5% 미만인 상장사 그룹의 배당성향 역시 연금 미투자기업의 평균 배당성향보다 20% 가량 높았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그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효과에 대한 의문이 이번 실증분석으로 어느 정도 풀렸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분석은 순이익 감소 원인 등에 대해선 따져보지 않은 한계도 여럿 있다. 한 예로 배당성향은 배당총액 증가뿐 아니라 순이익이 줄어도 높아진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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