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를 결정하는 변수 중 힘이 가장 센 게 경제와 기업실적이다. 수급이 그다음이고 재료는 맨 마지막에 있다. 많은 투자자가 이 순서를 거꾸로 알고 있다. 지금이 그런 상황인데 주가가 오르거나 내릴 때마다 미-중 무역 협상이란 재료를 이유로 들고 있다. 약한 요인이 제일 힘이 세다고 느끼는 건 분석 기관들이 재료를 가지고 주가를 설명하기 때문이다. 매일매일 주가 움직임을 경제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어제는 경제가 좋아 주가가 올랐지만 오늘은 경제가 나빠 떨어졌다고 얘기하는 게 적절한 분석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료가 동원된 건데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재료가 주가를 결정하는 전부인 것처럼 알게 됐다. 수급도 비슷하다. 최근에 영향력이 특히 커졌는데 외국인이나 기관투자자가 하루에 2000억원 정도 순매수하면 주가가 오르고 반대로 순매도 하면 떨어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외국인이 주식을 내다 팔 때마다 나오는 얘기가 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 지수 재조정이나 원화 약세가 매도 원인이라는 거다. 맞는 말일까? 외국인은 엠에스시아이 지수조정이 있었던 지난 5월과 8월, 우리 주식을 각각 2조4천억원과 2조2천억원어치 내다 팔았다. 편입비율 조정이 외국인 매도에 영향을 준 게 맞지만 주가는 생각만큼 떨어지지 않았다. 5월에는 신흥국 주가 하락으로 7% 정도 떨어졌지만 8월에는 하락률이 2%에 그쳤다. 편입비율이 가장 많이 증가한 사우디 시장이 같은 기간 각각 8.5%와 8.2% 떨어진 걸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편입비율 조정이 외국인 매매에 영향을 주긴 했지만, 그로 인한 매도 규모가 크지 않아 주가에 영향을 주지 못한 것이다.
환율도 비슷하다. 올해 4월에 원-달러 환율이 1130원에서 1190원까지 올라간 적이 있다. 7월에도 원화가 1180원에서 1220원까지 올랐는데 두 기간 모두 외국인이 주식을 사들였다. 외국인 매수와 원화가 예상과 다르게 움직인 걸 보면 환율이 외국인 주식 매매를 좌우하는 결정적 변수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주식의 상·하한가 폭은 하루 30%다. 환율은 변동이 아무리 커도 하루 1%를 넘지 못한다. 둘의 변동 폭 차이가 너무 커 환율이 보조 변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외국인 매수는 주가 상승 가능성에 좌우된다. 그리고 그 가능성은 해당 국가의 경제 상황과 기업실적으로 결정된다. 단기적으로는 선진국, 특히 미국 주가의 영향이 크다. 이 점에서 보면 11월 내내 이어지고 있는 외국인 매도는 문제다. 올해 미국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1월과 4월, 7월에 외국인이 순매수를 기록했지만 이번에는 매도로 일관하고 있어서다. 외국인이 우리 시장이 매력이 있다고 판단한다면 나올 수 없는 매매다.
주식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