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월에 테슬라가 2019년에 부도가 날 확률이 10%, 앞으로 5년 안에 부도가 날 확률도 46%나 된다는 평가가 있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돈은 없는데 쓸 곳은 많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그 차이를 채권 발행을 통해 메웠지만 계속되는 적자로 이제는 채권 발행이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채권이 부도가 날 확률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포드자동차의 3배인 6.73%까지 치솟았다. 작년만 그랬던 것도 아니다. 2013년, 2015년, 2018년 3월까지 한 해가 멀다고 부도설이 퍼졌다. 그랬던 테슬라가 6개월 사이에 주가가 3배가 됐다. 지엠(GM)과 포드자동차를 합친 것보다 시가총액이 커졌다.
한때 팡(FAANG)으로 별칭된 기업들이 나스닥 시장을 주름잡은 적이 있다. 지금은 이들도 분리돼 애플은 주가가 계속 오르는 반면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는 1년 반 가까이 옆걸음을 하는 형태로 나뉘었다. 애플이 좋은 실적을 계속 내는 반면 아마존은 이익이 좋지 않아 주가순이익배율(PER)이 84배까지 올라간 결과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아마존이 서버를 늘려 보다 많은 매매 데이터를 축적하겠다고 선언했는데 결과와 관계없이 아마존이 옛날만 못한 게 분명하다.
주가가 대세 하락에서 빠져나와 상승을 시작할 때 단계마다 반영하는 실적이 달라진다. 처음에는 과거 실적이 주가를 움직인다. 주가가 하락할 때 투자심리가 위축돼 기업 내용과 주가가 따로 놀기 때문이다. 과거 실적이 모두 반영되고 나면 그다음은 현재 실적과 앞으로 1~2년 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이익이 작동한다. 흔히 얘기하는 정상적인 이익 반영과정이 진행되는 것이다. 이 단계가 마무리되면 먼 미래의 불확실한 이익이 역할을 한다. 이때부터 상상력이 주가를 움직이는 역할을 하는데 성장성이 최대로 반영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주가가 너무 높아 몇 년 안에 발생할 걸로 예상되는 이익으로는 주가를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인데 정황상 지금 나스닥이 이 단계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
나스닥의 추가 상승을 점치는 쪽에서 제일 많이 기대하는 부분은 선도 종목의 지배력이다. 애플 등 시장을 끌고 가는 기업의 수익성이 이미 입증된 만큼 주가가 쉽게 꺾이지 않을 거란 얘기다. 2000년 정보기술(IT) 버블 직전 나스닥에선 시스코시스템즈가 선두에 있었다. 네트워킹 하드웨어, 보안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의 다국적 기업으로 인터넷을 연결하기 위해 꼭 있어야 하는 기업이었다. 자기가 약한 부문은 다른 기업을 인수해 보강하는 등 넘을 수 없는 경쟁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버블 붕괴를 피하지 못했다.
성장성이 최대로 반영될 때 기업에 대한 신뢰도 최고로 올라간다. 반대로 주가가 떨어지면 신뢰는 약해진다. 이런 패턴은 시장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나스닥 주가 상승이 기업의 현재와 미래 내용을 반영하는 것인지, 아니면 막연한 기대를 반영하는 것인지 구분이 필요하다.
주식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