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은 1조7천억 달러였다. 세계 10위 규모다. 중국은 13조6천억 달러로 2위, 일본은 4조9천억 달러로 3위를 차지했다. 세 나라를 합치면 20조2천억 달러로 미국의 국내총생산 20조4천억 달러와 비슷해진다. 여기에서 주가의 두 번째 하락이 시작됐다.
2월 중순까지만 해도 서구 선진국들은 코로나19를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겼다. 지역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데다 과거 사스나 메르스 때 경험에 비춰 빠른 시간에 안정을 찾을 거라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황이 달라졌다. 코로나19의 전파력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빨라 중국 인근에서만 8만명에 가까운 확진자를 만들어냈다. 이렇게 되자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평가가 달라졌다. 올해 경제가 만만치 않을 거라 생각한 건데 타당성 있는 얘기다. 만약 미국의 성장률이 갑자기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면 그 영향은 미국에 그치지 않고 세계 각지로 퍼져 나갈 것이다. 비슷한 규모의 경제가 지금 아시아에서 질병 때문에 곤란을 겪고 있으니 시장이 요동치는 게 당연하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주가가 시장 가치와 비슷하거나 그를 밑도는 수준에 있을 때는 돌발 악재가 발생해도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 주가가 더는 내려가기 힘든 한계점에 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직후 러시아의 채무불이행이 그런 경우였다. 당시 우리 시장은 외환위기로 코스피가 300까지 내려온 상태였는데 주가가 너무 낮다 보니 러시아 국가부도에도 불구하고 280 밑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러시아 부도 발생 직후 200까지 내려갈 거란 전망과 다른 모습이었다. 이번도 마찬가지다. 국내시장은 오른 게 별로 없어 하락할 공간도 넓지 않다. 반면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은 다르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월 중순까지 사상 최고치 행진을 계속했다. 그래서 질병으로 경제가 타격을 받을 경우 주가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지난 몇 달 동안 미국시장은 극심한 쏠림 현상이 있었다. 과거 미국시장에서는 단일 기업의 시가총액이 시장의 5%를 넘은 적이 없었다. 2000년 정보기술(IT) 버블 때 마이크로소프트가 그랬고, 애플 역시 2012년 아이폰 열풍에도 시가총액 비중이 5%를 넘지 못했다. 지금은 두 종목 모두 5%를 넘겼다. 여기에 시가총액의 4%를 차지하는 아마존을 더할 경우 세 종목이 미국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4%까지 올라간다. 주가가 높아 모든 종목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몇몇을 중심으로 시장이 움직인 결과다. 시장에서는 이 현상이 오래 계속될 거란 전망이 많았다. 팡(FAANG)으로 통칭된 주요 종목의 이익과 시장 점유율이 꾸준히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이 믿음이 약해졌다. 미국시장의 주축을 형성하고 앞으로 성장성이 높을 거라 믿는 기업도 주가가 높으면 하락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걸 보여줬다. 코로나19의 영향이 돌고 돌아 미국으로 넘어간 것이다.
주식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