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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이재용 소환된 날…“합병제도 악용 막아야” 여의도서 목소리

등록 2020-05-26 18:44수정 2020-05-26 21:03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전경련회관에서 세미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 불공정문제 토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사기 등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 날, 기업의 대주주들이 합병을 통해 소수주주의 이익을 훼손하는 것을 막기위한 방법을 논하는 세미나가 열렸다.

학계와 시장 전문가로 구성된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26일 오후 서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관에서 ‘합병비율 산정제도의 문제점 및 개선방향’에 대한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은 5년 전인 2015년 5월26일에 삼성이 기습적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발표한 날이다.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추진하면서 제일모직 대주주인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합병비율이 정해지면서 불공정 논란이 거세게 인 바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 합병을 통해 삼성전자의 주식을 보유한 삼성물산의 대주주가 됐다.

발표를 맡은 김형균 디앤에이치투자자문 본부장은 상장법인인 두 회사가 합칠때 회사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식인 주식시장 시장가격이 그 회사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질문을 던졌다. 김형균 본부장은 또 회계법인의 가치평가에 대한 실질적 감독기능이 부재하면서 합병과정에서 소수주주들에게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동일한 지배주주가 지배하는 회사간 합병에서는 대주주 이익을 위해 합병 구조를 자의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등 견제장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토론에 나선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합병비율을 결정할때 시가 뿐만 아니라 다른 방식도 허용해야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손창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 현실을 고려할때 계열회사간 합병 비율을 당사자간 협상으로 결정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면서 “소수주주의 과반수찬성제도 도입 등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국내 회계법인의 기업가치평가보고서 역시 회사의 설명을 그대로 받아쓰는 등 합병비율 산정에 공정하게 활용되기 어려운 현실”이라면서 “불합리한 합병의 경우 사후구제로 이사진 및 가치평가 기관에 대한 민사 및 집단소송이 실효성 있게 작동하는 것이 근본적 처방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세미나에선 운용사 등 시장 참여자들이 불공정한 합병비율에 대해선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할지 열띤 토론이 오가기도 했다. 이한상 교수는 “법관들은 재산을 물려주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교육 등 공적자원을 쓰는 회사는 회사를 잘 이끌 수 있는 사람에게 넘겨야 하는게 맞다”고 말하기도 했다.

류영재 포럼 회장은 “우리 자본시장은 2015년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으로 인해 커다란 홍역을 치른 바 있다”면서 “과거의 문제 사례 분석을 통해 관련 제도의 맹점과 허점을 보완해서 그 오용 및 악용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것이 전문가들의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세미나의 의미를 짚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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