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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0%대 이자 시대, 짭짤하게 돈 굴릴 길 있다

등록 2020-06-11 05:00수정 2020-06-11 11:21

슬기로운 초저금리 대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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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최근 기준 금리를 0.75%포인트 내려 0.5%로 맞췄다. 은행의 예·적금과 대출에 기준이 되는 금리가 1%도 안 되는 셈이다. 시중은행들은 이미 예·적금 상품 금리 인하에 돌입하고 있어 이제 100만원을 은행에 맡겨도 일년 동안 이자로 1만원도 받기 힘든 세상이다.

0%대 초저금리 시대를 슬기롭게 사는 방법은 무엇일까. 금융사들은 초저금리를 극복하기 위해선 새로운 상품에 가입해야 한다고 손을 내밀고 있다. 신한카드는 지난 1일 11번가·신한은행과 함께 최고 연 3.3%의 금리효과를 제공하는 정기예금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한화자산운용은 ‘한화 아리랑 고배당주 이티에프(ETF·상장지수펀드)’에 가입하면 주식 배당수익을 토대로 3∼5%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밝혔다. 쇼핑몰을 이용하거나 투자위험을 감수하면 초저금리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이른바 ‘테크핀’ 업체들도 끼어들었다. 네이버는 미래에셋대우와 손잡고 3%(100만원 한도) 금리를 제공하는 ‘네이버통장’을 내놨다. 에스케이(SK)텔레콤도 케이디비(KDB)산업은행과 함께 최대 2% 금리를 주는 ‘티(T)이득통장’을 15일 출시하겠다고 했다. 자본력이 있는 정보기술업체들은 높은 금리를 무기로 내밀며 자신의 서비스를 이용하라고 손짓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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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금리 시대 대처법과 관련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양했다. 경제 전문가인 홍춘욱 이코노미스트는 예·적금과 주식 중에 선택하라면 주식이라고 했다. “주가가 오르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유동성의 힘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신흥국 시장에 돈이 다시 들어오고 있다. 미국 연준이 시도했던 달러 공급확대, 양적완화의 효과가 금융시장에 나타나고 있다. 어마어마한 유동성이 시장에 있는데 (주식시장으로 쏠리는) 유동성 파티가 조금 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는 만약 금리가 낮은 예금도 싫고 주식시장도 위험해 싫다면 자산배분펀드를 살펴보라고 추천했다. “미국 국채와 한국주식에 분산투자하는 펀드들이 있다. 그런 펀드는 ‘중위험 중수익’ 상품이다. 금리가 낮으니 ‘모 아니면 도’ 식으로 고위험 상품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은데, 중위험 중수익 상품으로 자신의 자산을 배분하는데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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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조심해야된다는 조언도 있다. 정성진 케이비(KB)국민은행 양재피비(PB)센터 팀장은 “요즘 고객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사야되냐는 문의를 많이 하는데 주가가 다시 오른 지금이 과연 주식이 싼 때인지 모르겠다”며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도 모르고 높은 실업률 등을 보면 여전히 불안한 요소들이 많다”고 했다. 정 팀장이 추천한 것은 이엘에스(ELS·주가연계증권)·이엘에프(ELF·주가연계펀드)였다. 그는 “이 상품들은 기초자산(주가지수 등)이 일정한 가격대를 유지하면 6∼7%대 수익률이 나온다”며 “다만 본인이 이 상품구조를 100퍼센트 이해할 때만 들어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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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부자 가짜 부자>를 쓴 사경인 회계사는 “차분해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예적금 명목이자율이 1% 이하로 떨어지니까 위기감을 느끼고 다른 투자를 해볼까 고민하는 분들이 많은데 코로나 사태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예측이 안 되는 상황이다”. 사 회계사는 “자신도 현재 투자 방향을 가늠하기 어려워 현금을 그냥 보유 중”이라며 “당장에 성급하게 투자 결정을 해서는 안 되고 공부를 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초년생과 직장인들에게 “‘0.1% 높은 금리’ 상품을 찾아 헤매기보다 소비를 줄이고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드는데 더 힘을 쏟으라”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금리가 연 10%일때 1000만원을 저축하면 연 100만원을 얻을 수 있지만, 초저금리 시대인 지금은 10만원도 이자로 받기 힘들다는 것이다. 사 회계사는 “자신이 한달에 만원씩 더 쓰려면 은행에 천만원을 더 저축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쉽다”며 “소비를 줄이는게 가장 빠른 재테크”라고 덧붙였다.

특히 전문가들은 초저금리 시대에 높은 수익을 주겠다고 유혹하는 고위험 상품에 관심이 쏠리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이 낸 ‘제로금리 시대, 금융시장의 리스크와 대응과제’ 보고서를 보면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회사 및 가계 등의 수익률 추구 성향이 강화되어 위험자산으로 과도한 자금 유입이 발생할 수 있다”며 “고수익-고위험 추구 과정에서 소비자 보호 및 금융분쟁 문제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사회 취약층 우대 예·적금도 금리 낮춰

농협·국민, 장애인 등 위한 적금
최고금리 0.5~0.8%p 내려
하나, 저소득층 적립식 금리 낮춰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인 0.5%로 낮아지자 주요 은행들이 사회 취약층을 위한 정책상품 금리를 낮추고 있다.

엔에이치(NH)농협은행은 차상위계층 이하 장애인, 다문화가정, 탈북자 등을 대상으로 10년 동안 팔아온 예·적금 상품인 ‘NH희망채움통장’ 판매를 다음달 1일부터 중단한다. 엔에이치희망채움통장 적립식 상품은 3년 이상 돈을 부으면 최고 연 4.45% 금리를 줘 인기를 끌었다. 대신 다음달 나오는 ‘희망채움통장2’는 최고금리를 연 3.95%로 이전 통장보다 0.5%포인트 낮춘다. 농협은행 쪽은 “대상자를 확대하고 저금리 기조에 맞춰 새로운 상품을 내놓게 됐다”며 “최고금리는 낮아지지만 이전에는 장애인, 다문화가정, 결혼 이민자 가운데 차상위계층 이하로 가입을 제한한 것에서 벗어나 새 상품은 소득과 관계없이 가입할 수 있도록 대상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케이비(KB)국민은행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탈북자, 결혼이민여성, 근로장려금 수급자 등이 가입할 수 있는 ‘KB국민행복적금’ 자유적립식 상품 금리를 지난 5일부터 기존 연 3.65%에서 2.85%로 0.8%포인트 인하했다.

하나은행은 1일 기준으로 ‘희망키움통장’과 ‘내일키움통장’ 기본금리를 각각 연 2.5%에서 연 2%로 0.5%포인트 낮췄다. 희망키움통장 등은 하나은행이 보건복지부와 함께 저소득층 자산 형성을 지원하고자 설계한 상품으로 생계·의료수급 가구, 자활근로사업 참여자 등이 가입할 수 있다. 가입자가 적립금을 넣으면 정부가 일부를 더 적립해준다. 하나은행은 그동안 금리 하향세 속에서 지켰던 이 상품 기본 금리를 낮추는 대신 급여이체 조건 등으로 받을 수 있는 우대금리를 0.8%포인트에서 1.3%포인트로 높였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 상품들은 사회취약층을 위해 많은 금리를 주는 상품이었지만 기준금리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금리를 그대로 유지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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