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6천억원대의 대규모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를 초래한 라임자산운용 펀드를 판매한 신한금융투자와 대신증권, 케이비(KB)증권의 전·현직 대표이사들이 무더기로 중징계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금융감독원은 10일 오후 김근익 수석부원장 주재로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라임 펀드 손실 사태의 책임을 물어 신한금투의 김형진 전 대표, 대신증권의 나재철 전 대표(현 금융투자협회장), 케이비증권의 윤경은 전 대표에 대해 원안대로 ‘직무정지’ 결정을 내렸다. 케이비증권의 박정림 현 대표는 1단계 감경된 ‘문책경고’를, 그리고 신한금투의 김병철 전 대표와 케이비증권의 김성현 현 대표에 대해서는 1단계 감경된 ‘주의적 경고’ 결정을 내렸다. 제재심은 금감원장의 자문기구로서 심의 결과는 법적 효력이 없으며, 앞으로 조치대상자별로 금감원장 결재, 증권선물위원회 심의, 금융위원회 의결을 통해 제재내용이 최종 확정된다.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해임권고, 직무정지, 문책경고, 주의적 경고, 주의 등 5단계로 나뉜다. 이 중 문책경고 이상이 중징계로 분류돼 3∼5년간 금융회사 임원으로 선임되지 못하는 불이익을 받게 된다. 케이비증권의 경우 박정림 현 대표가 문책경고를 최종적으로 받게 되면, 현 임기는 채울 수 있으나 연임은 하지 못한다.
제재심은 신한금융투자에 대해 라임 무역금융펀드 관련 투자자의 위법한 거래 은폐 목적의 부정한 방법 사용 금지 위반(자본시장법 71조), 라임 무역금융펀드 및 독일 헤리티지 DLS 특정금전신탁 등 금융투자상품 부당권유 금지 위반(자본시장법 49조),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금융회사지배구조법 24조) 등과 관련해 업무일부정지 및 과태료 부과를 금융위원회에 건의하기로 했다.
또한 대신증권에 대해서는 라임 펀드에 대한 부당권유 금지 의무 위반,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 등과 관련해 반포WM센터 폐쇄 및 과태료 부과를 금융위에 건의하기로 했다.
케이비증권에 대해서는 라임펀드에 대한 부당권유 금지의무 위반, 투자자의 위법한 거래 은폐 목적의 부정한 방법 사용 금지 위반,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 등과 관련해 업무일부정지 및 과태료 부과를 건의하기로 했다.
금감원과 세 증권사는 이번까지 세차례의 제재심에서 내부통제 부실 책임을 물어 경영진을 제재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을 두고 치열한 다툼을 벌였다. 제재대상자와 금감원 검사부서가 출석해 진술 기회를 갖고 제재심의 위원들이 질의하고 답변하는 이른바 ‘대심제’ 방식으로 진행됐다. 제재심은 외부 민간위원 5명과 금감원 3명, 금융위 1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됐는데, 외부 위원는 대부분 법학 교수나 변호사 등 법률 전문가로 채워졌다.
금감원은 증권사 대표에게는 금융회사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할 의무가 있는데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대규모 손실 사태를 초래했으며, 라임 펀드들이 부실화된 상황을 알고서도 판매를 하는 등 죄질이 무거운 점 등을 고려해 중징계를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증권사들은 라임 펀드 부실은 주로 운용사의 책임이며, 대표이사가 모든 사안을 다 알기는 어렵다는 식의 반론을 펴왔다.
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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