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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각광 받는 ‘모피아’ 금융업계 진출 활발…“최소한의 규범 필요”

등록 2021-04-01 18:58수정 2021-04-02 02:14

다시 떠오르는 모피아들
서울 여의도 증권가 모습.
서울 여의도 증권가 모습.
이른바 ‘모피아’로 불리는 고위 금융 관료들이 금융권에 속속 진출하는 가운데 금융당국 감독을 받는 은행권도 모피아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은행권에 혁신을 일으키겠다던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도 지난 31일 금융 관료 출신인 진웅섭 전 금융감독원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해 모피아 영입 대열에 합류했다.

모피아란 재무 관료(옛 재무부를 뜻하는 MOF)와 마피아를 합성해 만든 단어다. 국가 주도 경제개발과 금융정책이 지배적이었던 박정희 정부 당시 옛 재무부 관료들이 금융권에 큰 영향력을 끼친 데 이어 그 후손 격인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관료들도 현직을 지내며 금융기업을 도와주고 그 대가로 고액 연봉의 자리를 제안 받는 등 유착 관계를 갖는 현상을 비꼬아 만든 말이다.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부실 점검의 원흉으로 지목됐던 ‘관피아’(관료+마피아)가 대거 물갈이되면서 모피아의 민간 금융권 진출도 한동안 주춤했지만 지난해부터 흐름이 다시 바뀌는 모양새다. 업계의 민원 창구 역할을 하는 은행연합회장에 금융위 출신 김광수 전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손해보험협회장에 금융위 출신 정지원 전 거래소 이사장이 취임한 게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맡은 손병두 전 금융위 부위원장과 에스지아이(SGI)서울보증보험 대표 유광열 전 금감원 수석부원장도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를 거친 금융 고위 관료 출신이다.

은행도 최근 모피아 영입에 나섰다. 케이비(KB)국민은행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과 금융위 사무처장을 지낸 임승태 사외이사를 재선임하고, 금융위 자본시장국장과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지낸 서태종 사외이사도 신규로 선임했다. 카카오뱅크가 사외이사로 선임한 진웅섭 전 금감원장도 재무부의 후신인 재정경제원과 재정경제부를 거쳐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 등을 지낸 정통 관료다. 과거 은행의 주된 영입 대상은 주로 은행을 직접적으로 감독하는 금융감독원 퇴직자에게 집중됐는데, 이제는 기획재정부나 금융위원회 등 정통 관료들도 영입 대상에 포함되는 것이다.

고위 금융 관료가 금융업계에서 다시 부상한 이유는 뭘까. 일차적으로 내세우는 이유는 주요 금융 관련 부처에서 쌓은 실력이다. 금융 유관협회 관계자는 “경영진 입장에서도 좀 더 넓은 관점에서 해당 산업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할 리더를 필요로 하는데, 공무원 가운데 실력이 특히 좋은 금융 관료가 적격”이라며 “경험적으로 업계 출신 리더보다 대체로 식견이 더 넓다”고 말했다.

법을 직접 다루는 공무원이라는 무게도 고려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성숙기에 진입한 은행, 보험 등 금융산업이 새 먹거리를 찾느라 분주한 만큼 현행 규제가 어떤 점에서 걸림돌이 되고 어떻게 바꾸도록 건의할지가 큰 숙제”라며 “법을 직접 다루는 건 공무원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 금감원이나 한국은행 등 공무원이 아닌 인력을 영입해 오는 것과 천지 차이”라고 말했다. 특히 신산업을 추진하거나 금융당국의 지침을 받은 금융회사는 당국과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관료를 기용한다. 카카오뱅크도 최근 중·저신용자 대출을 더 확대하라는 금융위의 권고에 따라 관련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과거 재무부 관료처럼 금융 권력을 쥐고 흔드는 시대가 아니라도 금융 관료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건재한 것이다.

하지만 입법 과정에 입김을 미친다는 건 그만큼 업계 요구사항을 적극적으로 전달하는 이른바 ‘로비’가 생길 가능성도 커진다는 뜻이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과)는 “지금은 업계가 전직 관료를 통해 로비하더라도 어떤 걸 요구했고 어떻게 법을 바꿨는지 그 내막을 알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미국이나 유럽처럼 로비스트 활동을 하는 사람의 활동 내역을 주기적으로 조사하는 등 최소한의 규범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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