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15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지 10년을 맞는다. 그동안 양국 간 상품 교역액은 68%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배터리·의약품 분야를 중심으로 투자도 대폭 확대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11일 내놓은 ‘한미 FTA 10년 평가와 과제’ 보고서를 보면, 두 나라 사이의 상품무역은 협정 발효 전(2011년) 1008억달러(123조8천억원)에서 2021년 1691억달러(207조7천억원)로 67.8%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한국의 전체 교역 규모가 1조796억달러에서 1조2595억달러로 16.7% 늘어난 것에 비해 큰 폭이다. 미국이 한국 상품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9.3%에서 13.4%로 높아졌다.
품목별로는 자동차와 부품, 석유제품, 2차전지, 냉장고, 합성수지가 수출을 주도했다. 자동차와 부품은 지난해 기준 전체 대미 수출 가운데 가장 큰 비중(25.0%)을 차지했다. 10년간 연평균 5.8%씩 성장해 협정 체결 이전 대비 수출 규모가 75.5% 늘었다. 석유제품 수출은 2011년 26억5천만달러에서 2021년 48억1천만달러로 연평균 6.2% 증가했다. 2차전지(건전지 및 축전지) 대미 수출액은 협정 발효 이후 연평균 20.4% 늘었다. 지난해에는 미국 내 전기차 수요 증가 영향으로 전년 대비 122.6% 많은 27억6천만달러어치가 수출됐다.
수출 확대로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협정 발효 전 연간 116억달러에서 2021년 227억달러로 2배 가까이 늘었다.
미국은 한국의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 1위 국가이자 한국 기업의 최대 해외 투자처이기도 하다. 협정 발효 이후 한국 전체 외국인직접투자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2.3%, 우리나라 해외투자 중 대미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5.2%에 이른다. 한국의 대미 누적 투자금액은 협정 체결 전인 2011년 197억달러에서 3.2배 수준인 2020년 624억달러로 늘었다. 누적 투자액 기준 한국의 대미 투자 순위는 2011년 17위에서 2020년 13위로 상승했다.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자유무역협정 체결과 무역·투자 확대로 긴밀해진 경제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한국은 미국의 주요 공급망 파트너로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연구원은 “미·중 갈등과 코로나19로 촉발된 공급망 위기를 겪으면서 신뢰 중심의 공급망 재편이 더욱 강조되는 가운데 반도체·배터리·의약품 등 핵심 산업을 중심으로 양국 간 공급망 협력이 강화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이유진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향후 무역협정은 시장개방의 차원을 넘어 경제안보 측면의 동맹관계 강화에 방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미국이 최근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를 내세우며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의 연대를 강조하고 있어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통한 양국 간 협력관계를 새로운 지역 경제안보 동맹 논의에 어떻게 연계할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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