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입회장에서 트레이더들이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이날 뉴욕 증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지정학적 긴장이 다소 완화한 영향으로 상승했다. 뉴욕/AP 연합뉴스
미국의 장·단기 국채 금리가 뒤집혀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9일(현지시각) 뉴욕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하락하면서 장중에 2년 만기 금리보다 낮아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두 금리가 뒤집힌 건 미-중 무역갈등이 한창이던 2019년 9월 이후 2년6개월만이다. 마감 시세로는 10년물(2.41%)이 2년물(2.35%)보다 다시 높아졌지만 금리차는 0.06%포인트에 불과했다. 앞서 5년물과 10년물 금리도 역전됐다.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낮아지면 경기침체가 다가온다는 경고로 받아들인다. 단기금리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영향을 직접 받지만, 장기금리는 향후 경기와 물가에 관한 전망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물가를 잡기 위해 0.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자 2년물 금리가 가파르게 올랐다. 반면 급격한 금리인상이 경기침체를 부를 것이라는 우려로 10년물 금리는 연이틀 내렸다.
미국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 자료를 보면 1978년 이후 두 금리의 역전은 6차례 발생했고 예외없이 경기침체로 이어졌다. 2007년 6월 장단기 금리가 역전된 뒤 세계 금융위기가 터졌다. 2019년 9월 역전 뒤엔 예상치 못한 코로나 경제위기가 엄습했다. 금리가 뒤집힌다고 경제가 당장 침체에 빠지는 것은 아니다. 투자은행 유비에스(UBS)에 따르면 금리 역전 이후 경기침체가 나타나기까지는 평균 21개월이 걸렸다. 골드만삭스 등은 연준의 공세적인 통화긴축으로 내년말부터 경기침체가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윌리엄 더들리 전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외신 기고에서 “연준이 경제 연착륙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고용과 성장 측면에서 비싼 대가를 치뤄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번에는 다르다는 의견도 있다. 기간을 넓게 보면 장기금리도 상승한 가운데 단기금리가 더 가파르게 올라 금리가 역전됐기 때문이다. 경기에 대한 우려보다는 통화긴축 전환에 따른 영향이 더 컸다는 얘기다. 장단기금리 지표의 경기 예측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금리의 절대수준이 낮아져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장단기 금리역전 가능성이 기계적으로 높아졌다는 것이다. 연준이 다음 통화정책회의가 열리는 5월 이후 보유자산을 줄이는 양적긴축(QT)에 착수하면 장단기 금리차가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연준이 보유한 장기국채의 만기가 돌아올 때 재투자를 하지 않거나 중도에 시장에 내다팔면 장기금리가 오를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는 이날 “채권시장의 수익률 곡선(만기별 금리 그래프)이 경기침체를 예측하는 완벽한 도구는 아니다”며 “연준의 보유자산 (9조달러 중) 3조달러 축소로 경제가 타격을 입을지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권시장은 요동치고 있지만 주식시장엔 봄기운이 돌고 있다. 과거에도 경기침체가 발생하기 전까지 증시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다우존스 자료에 따르면, 금리 역전 이후 12개월 동안 미국 주가지수(S&P500)는 평균 7.4% 올랐다. 다만 모건스탠리 등 일부 투자은행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휴전협상 기대감에 힘입은 주식시장 랠리가 거시경제 악화로 일시적 환호에 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