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왼쪽)이 지난해 12월15일 싱가포르 통상산업부 접견실에서 탄시렝 제2장관과 함께 한-싱가포르 디지털동반자협정(DPA) 협상 타결 공동서명서에 서명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산업부 제공
산업통상자원부는 4~25일 한-싱가포르 디지털동반자협정(DPA) 협정문의 영문본과 한글본 초안을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누리집(www.fta.go.kr)에 공개해 국민 의견을 접수한다고 밝혔다. 통상협정 관련 절차를 투명하게 진행하고 번역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마련된 ‘통상협정 한글본 작성을 위한 절차 규정’에 따른 것이다.
한-싱가포르 디지털동반자협정은 다양한 디지털 통상규범과 협력 기반을 포괄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디지털 통상협정으로, 지난해 12월 협상 타결에 이르렀다. 산업부 관계자는 “협상 상대방이 있어 언제라고 집어 얘기할 순 없지만, 연내 정식 서명하고 발효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협정문 초안에 따르면, 양국은 ‘전자적으로 전송되는 디지털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다만, 각국의 국내법에 따른 내국세나 기타 부과금은 부과할 수 있다.
전자적으로 전송되는 디지털제품은 디지털 방식으로 부호화되고 상업적 판매 또는 배포를 목적으로 생산돼 전자적으로 전송될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 문자열, 동영상, 이미지, 녹음물 또는 그 밖의 제품을 말한다. 기존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서도 전자적 전송에 대한 한시적 무관세는 1998년 이래 유지돼왔다. 이번 합의를 통해 양자 간 영구 무관세를 규정함으로써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것이라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양국은 상대국의 디지털제품에 대해 자국의 동종 디지털제품은 물론 상대국이 제3국의 동종 디지털제품을 대할 때와 동등한 대우를 한다. 단, 정부 보조금은 예외로 인정하며 방송에는 이를 적용하지 않는다.
양국은 전자서명의 법적 효력을 인정하고 거래 당사자 간 전자인증 방식 사용을 장려하기로 했다. 또한 무역행정문서의 전자본을 종이 문서와 동등하게 인정하는 ‘종이 없는 무역’에 합의했다.
산업부는 우리나라의 11위 교역 상대국인 싱가포르와 맺는 디피에이를 계기로 양국 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전통적인 상품·서비스 거래뿐 아니라 디지털 콘텐츠 교역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전자상거래 플랫폼 활용과 무역 과정의 전자화로 거래비용이 절감돼 우리 중소·창업 기업의 무역 참여가 더욱 쉬워지고, 싱가포르를 교두보로 아세안 시장에 진출하는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싱가포르·칠레·뉴질랜드 3국 간에 체결된 디지털경제동반자협정에도 가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디지털 경제 영역이 확대되는 흐름의 반영이다. 자유무역협정을 맺지 않은 미국과 일본 간 디지털경제협정이 맺어져 있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김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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