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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셉·CPTPP 이어 IPEF도 참여 가닥…‘메가 FTA’ 줄잇는 까닭은?

등록 2022-04-10 13:59수정 2022-04-11 02:16

알셉 2월 발효·CPTPP 가입 신청 직전 단계
미국 주도 IPEF 참여 쪽 가닥
WTO 다자주의 퇴조·공급망 이슈로 부각
CPTPP 대내협상, IPEF 대외관계 설정 숙제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8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6차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8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6차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정부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CPTPP) 가입 신청서 제출을 준비 중인 상황에서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구상에도 참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시피티피피와 아이피이에프는 지난 2월 발효된 ‘역내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RCEP)과 더불어 대표적인 ‘초거대 자유무역협정’(메가 FTA)으로 꼽히며 국내외에서 최대 통상 현안으로 떠올라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일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에서 시피티피피 가입 신청 시기를 “이번 정부 내”라고 못 박았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둔 과도기임에도 애초 공언했던 3~4월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일정이다. 아이피이에프 참여에 대해선 “긍정적 방향으로 입장과 향후 계획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참여 쪽으로 잡힌 방향성은 이미 예상돼온 터였다. 외교부는 지난달 24일 대변인 정례브리핑에서 “우리 정부는 아이피이에프를 적극 환영한다”며 외교 채널을 통해 이런 뜻을 미국 쪽에 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쪽이 한·미 관계를 상대적으로 더 중시·강조하고 있는 게 아이피이에프 참여의 발걸음에 속도를 더하는 분위기다.

아이피이에프 구상은 지난해 10월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제안에서 비롯됐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부각된 디지털, 공급망, 청정에너지 같은 새로운 통상 의제에 대한 역내 포괄적 경제협력을 추구하는 내용이다. 미국 주도로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국들을 묶어세우는 경제·안보 협력체 성격을 띠어, 흔히 중국 견제·포위 전략의 하나로 일컬어진다.

메가 에프티에이의 잇따른 부각은 세계무역기구(WTO) 다자주의 체제의 무력화에서 비롯된 바 크다는 분석이다. 안성일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은 “(세계무역기구 체제에선) 만장일치에 가까운 ‘컨센서스 빌딩’ 방식으로 의사결정을 하다 보니 변하는 시대에 맞게 새로 협정을 만들기 어렵고 아웃풋(성과)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 이른 게 이미 오래 전”이라고 말했다. 두 나라 사이 에프티에이가 연이어 체결된 것은 그 와중에서 갈라져 나온 일종의 샛길이었다. 그 양자 에프티에이도 이미 많이 생겨난 데다 협소성이란 또 다른 한계를 드러냈다. 세계무역기구 다자주의의 퇴조와 함께 메가 에프티에이 구상을 띄워 올린 배경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을 지낸 박천일 한국도심공항 대표도 “글로벌 밸류체인(가치사슬)이 복잡해지고 양자 에프티에이로는 대응하기 점점 어려워지면서 거대 경제권을 아우르는 메가 에프티에이가 잇따라 출현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수급난, 요소수 사태로 절감한 공급망 이슈는 메가 에프티에이 참여에 대한 필요성을 한층 높였다. 자본의 국외 진출이 많아지고 한 제품을 만들어내는데 여러 나라가 복잡하게 얽히는 글로벌 경제 환경에서 양자 에프티에이 방식의 장벽 낮추기로는 한계를 띨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내놓은 구상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3월2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내놓은 구상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3월2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시피티피피는 메가 에프티에이의 원조 격으로 꼽히는 알셉의 뒤를 잇고 있으면서 개방도 면에서 한 단계 높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여기엔 호주, 캐나다, 일본을 비롯한 아·태 지역 11개국이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중국은 한국에 앞서 지난해 가입 신청서를 이미 낸 상태다. 미국은 시피티피피 전신인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TPP)에 들어 이를 주도하다가 트럼프 행정부 시절 탙퇴했다. 당시의 티피티 또한 중국 견제 내지 포위 전략으로 인식됐다. 아이피이에프 구상은 당시의 티피피보다 안보·국제정치적 성격을 더 강하게 띠고 있다. 상품 무역 자유화를 중시하는 전통적인 자유무역협정(FTA)과 달리 무역규범을 새로 수립하는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도 차별적이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WTO) 다자주의에선 새로운 규범, 예를 들어 디지털 무역, 탄소 중립, 노동환경 개선,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와 국영기업 보조금 문제, 기술 탈취, 산업 스파이 문제를 제대로 입법화하지 못할 뿐 아니라 각국 통상정책을 제대로 관리도 못 해 한계에 왔다”며 “그나마 이런 메가 에프티에이를 통해 복수국간 무역 자유화를 선도적으로 앞당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메가 에프티에이는 또 동질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해 공급망 교란을 방지하려는 목적도 강하게 띠고 있다는 분석이다. 허 교수는 “과거 에프티에이에선 돈을 많이 벌든지 비용을 최소화하는 ‘효율성’ 중시의 공급망이었다면, 지금은 뜻을 같이하는 나라들끼리 협정을 맺어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안정성’ 중시로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무역협회 조상현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시피티피피는 농수산물 (시장)개방, 아이피이에프는 중국 견제 같은 우려가 얽혀 있기는 하지만, 개방형 통상국가를 지향하는 한국 입장에선 초기 단계부터 참여해 국익을 보호할 수 있도록 어젠더를 선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협상 참여 후 실제 발효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리기 때문에 “판이 벌어진 상황에서 뒤늦게 나서기보다 우선 참여해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하는 게 낫다”는 주장이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반대하는 농어민 단체 회원들이 지난 3월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공청회에 참석해 가입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반대하는 농어민 단체 회원들이 지난 3월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공청회에 참석해 가입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시피티피피 가입 신청에 앞서 지난달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공청회에선 농어민들의 강력한 항의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시피티피피의 개방 수준이 높은 데다 호주·캐나다 같은 농업 강국들이 회원국으로 들어있는 데 따른 우려였으며 반발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협정 가입을 위한 대외협상 못지않게 농어민들을 설득하는 대내협상이라는 큰 숙제를 안고 있다.

아이피이에프에선 이와 달리 대중국 관계 설정이라는 과제가 더 도드라져 보인다. 무역 장벽을 추가로 낮추는 것보다 대중국 견제로 여겨지는 새로운 규범을 설정하는 성격을 강하게 띠어 대내 반발보다는 대외관계 쪽에서 자칫 파열음을 일으킬 수 있는 사안으로 꼽힌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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