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주류 체인 ‘베브모’에 구인 광고 간판이 걸려 있다. AP 연합뉴스
7월 미국 일자리 증가세가 시장 전망치의 두배를 웃도는 ‘서프라이즈’를 기록하고, 실업률은 50년만의 최저치에 이르렀다. 고용은 경제활동 수준을 보여주는 대표 지표인데, 정작 ‘미국 경기침체’ 우려와는 거리가 먼 호조세를 지속하고 있는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미국 노동통계국이 5일(현지시각) 발표한 ‘고용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7월 미국 비농업부문 전체 일자리는 52만8천개 증가했다. 6월 증가폭(39만8천개)보다 크게 늘었다.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시장전문가 전망치(25만개)의 두 배를 웃돌아, 고용 둔화가 곧 시작될 거라는 시장의 예상을 깨뜨렸다. 미 노동부는 “비농업 일자리 수가 코로나 초기(2020년 4월)에 견줘 총 2200만 개 증가했다. 대유행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고 밝혔다. 7월 실업률(3.5%)도 전월보다 0.1%포인트 내려가 196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고용 회복의 척도로 주목하는 지표인 경제활동참가율은 62.1%로, 코로나 사태 직전(2020년 2월 63.4%)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다.
미국 국내총생산 증가율이 지난 1분기(전분기 대비 -0.4%)와 2분기(-0.2%)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해 개념 정의상의 ‘경기침체’에 진입했다는 공포가 시장 전반에 확산됐음에도, 오히려 침체와는 거리가 먼 ‘강력하고 탄탄한’ 노동시장을 보여준 것이다. 물론 전분기 대비로 잇따라 역성장했으나 지난해 대비로는 올해 미국 연간 성장률이 플러스 2%대(국제통화기금 2.3%)를 기록할 전망이다. 미 연준은 “견조한 노동시장에 힘입어 심각한 경기침체를 초래하지 않고서도 인플레이션을 낮출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이런 이례적인 미국 취업자 증가세 및 실업률 하락 추이에 대해 국제노동기구(ILO)는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고용시장에서 팬데믹 이후, 다양한 업종에서 ‘노동력 부족’과 ‘회복 속의 노동력 결핍’이라는 특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한다. 인구 고령화 등 구조적 전환 요인과 함께 팬데믹발 노동자 이동 제약 및 거대한 자발적 퇴직 물결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미국·유로존·영국에서 고용률은 덜 회복하는데 채용건수와 퇴직자수는 역대 최대를 기록해 기업의 구인은 급격히 증가(타이트한 고용시장)하는 이상한 퍼즐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글로벌 투자전문회사인 스텝스톤그룹은 “글로벌 노동인력 부족으로 특징되는 최근의 고용시장 불균형은 팬데믹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과소평가되고 있다. 기후위기와 함께 21세기 경제사회 변화의 가장 큰 도전이다”고 지적했다.
조계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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