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3일(현지시각)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호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무역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를 비롯한 경제6단체가 17일 미국 상·하원 의원과 주요 부처 장관 앞으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개정을 촉구하는 공동 서한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서한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국제무역 규범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규정을 위배할 가능성이 높다. 양국의 협력 강화 기조에 맞지 않는 만큼, 차별적 요소를 삭제해 달라”고 요청하며, 라파엘 워녹 상원의원(민주)과 테리 스웰 하원의원(민주)이 발의한 법안처럼 전기차 세액공제 요건의 ‘3년 유예’ 적용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지난 4일 발의된 스웰 의원안은 북미 최종조립 규정의 시행을 2025년말까지 미루고, 특정 광물 및 배터리 부품에 대한 규정의 시행을 일시 늦추는 내용이다. 앞서 9월 발의된 워녹 의원안도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인플레 감축법은 지난 8월16일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으로 시행돼, 북미지역에서 최종조립된 전기차에 한해서만 세액공제 혜택을 주고 있다. 내년부터는 ‘북미 최종조립’이라는 기본 요건에 ‘배터리 광물조달 비율’과 ‘배터리 부품 조달 비율’ 조건을 추가해, 이를 모두 충족할 경우에만 전기차 1대당 75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게 돼 있다.
이 법은 지난 13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논의 주제로 올랐다. 이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 기업들이 자동차, 배터리 분야에서 미국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인플레 감축법의 이행 방안이 논의되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 재무부는 인플레 감축법 시행에 따른 후속 세부 지침 마련을 위한 의견 수렴 과정을 진행 중이다. 1차 의견 수렴(10월5일~11월4일)에 이어 이달 3일(현지시각)부터는 에너지 분야 세제 혜택 하위 규정(가이던스) 마련을 위한 2차 의견 수렴을 하고 있다. 다음 달 3일까지 이어질 이 과정에선 청정수소·연료 생산, 탄소 포집, 상업용 친환경차·대체연료 충전시설 관련 세제 혜택 조항에 대해 이해 관계자의 의견을 구하게 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친환경차 분야를 중심으로 진행된 1차 의견 수렴에선 우리나라를 비롯해 유럽연합(EU)·일본·캐나다·호주·노르웨이·브라질 등 7개국이 총 3795건의 의견을 제출했다.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잇따른 개정 요청이나 바이든 대통령의 진전된 듯한 발언에도 정부 당국이나 산업계에선 인플레 감축법 개정에 크게 기대를 걸지 못하는 분위기다. 법이 발효된 지 석 달가량 지났을 뿐인데다 법 취지에 대해선 미국 내에서 대체로 공감을 얻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 재무부 후속 지침에서 배터리 광물·부품 세부 요건을 정할 때 유예조항 같은 형식으로 일부 변화가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갖고 있는 정도다. 이는 미국 업체들조차 맞추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법에선 내년 기준으로 배터리 광물은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나라에서 40%를, 배터리 부품은 북미지역에서 50%를 조달하게 돼 있다.
제현정 무역협회 워싱턴지부장은 지난 16일 무협 본부와 화상으로 연결한 ‘제1회 글로벌 통상포럼’ 회의에서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 지위를 유지한 이상 인플레 감축법 자체의 개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미 재무부뿐 아니라 상무부, 무역대표부(USTR), 관세청 등 다른 부처에 대한 아웃리치(물밑접촉)도 강화해 시행령에 우리 기업의 이익이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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