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 하스 ARM 최고경영자가 2023년 5월 29일 대만 타이페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행사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중국을 떠나려는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에이아르엠(ARM)을 향해 협력을 강화하자고 촉구했다. 미국 등 서방이 첨단 반도체 수출을 막는 등 대 중국 반도체 봉쇄망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이런 서방의 압박을 깨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일 영국의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는 “장광쥔 중국 과학기술부 부부장이 이번 주 베이징에서 르네 하스 에이아르엠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중국의 대학, 연구기관 및 기업과 협력을 강화하자’고 촉구했다고 전했다. 중국 과학기술부는 앞서 전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중국 정부는 에이아르엠과 같은 첨단기술 기업이 중국에서 발전할 수 있도록 서비스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에이아르엠은 일본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투자회사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이다. 삼성전자와 퀄컴, 애플 등이 고객사로 두고 있고, 전세계 스마트폰의 95%가 에이아르엠이 설계한 프로세서를 사용한다. 삼성전자가 지난 1일 구글과 인텔, 엔비디아 등과 에이아르엠에 대항하는 개방형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해 뭉친다고 할 만큼 에이아르엠의 기술적 위치는 높다.
그러나 미-중 전략 경쟁 속에 에이아르엠의 중국 사업 상황도 녹록지 않다. 에이아르엠은 중국에 투자한 합작사 지분을 정리하려 했지만 중국 당국이 승인을 해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앞서 중국 투자자 쪽과 합작사 경영권을 두고 분쟁이 일어나기도 했다. 에이아르엠은 지난해 말엔 중국 전자 상거래업체 알리바바에 최첨단 칩 판매를 거부하기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과 절연하려는 에이아르엠의 움직임은 중국 반도체 산업에 타격을 주고 시진핑 국가주석의 반도체 자급자족 목표를 저해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하스 에이아르엠 최고경영자의 중국 방문은 2020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이다.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4월 광저우에 있는 엘지디스플레이 공장도 약 한 시간 동안 방문한 바 있다. 시 주석이 지방 외국 공장을 시찰하는 일은 매우 드문 일이었다. 시 주석은 엘지디스플레이 공장 방문에서 “외국 투자자는 기회를 잡아 중국으로 오고, 중국 시장을 깊이 경작하며, 기업 발전의 눈부신 새 성과를 창조하기 바란다”고 말했다고 <신화통신>이 당시 보도했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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