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글로벌워치

‘경기 회복’에 금리 올렸지만…미국 ‘물가 딜레마’

등록 2017-12-14 19:01수정 2017-12-14 21:12

미 연준, 기준금리 연1.25~1.50%로 0.25%P 인상
올해 3번째 올려, 내년에도 3차례 인상 예고

기준금리 상단 한국과 같아져
내년 인상 땐 한-미 금리‘역전’

실업률 내려도 물가상승 미미
옐런 “물가 안오르면 정책 바뀔 수도”
그래픽_김승미
그래픽_김승미
‘잘가요 옐런, 물가에는 가지마오.’ 내년 2월 퇴임을 앞둔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하지만 여전히 부진한 ‘물가 수수께끼’는 후임 의장이 될 제롬 파월 이사에 숙제로 넘겨주게 됐다.

미 연준은 13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1.25~1.5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로써 미 기준금리 상단은 지난달 말 금리를 인상한 우리나라의 기준금리(1.50%)와 다시 같아졌다. 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담은 점도표는 내년에도 금리 인상 횟수가 세 차례에 이를 것을 가리켰다. 시장의 관측대로 한국은행이 내년에 1~2차례 금리를 인상할 경우 한-미간 금리는 역전된다.

미국의 금리가 더 높아져도 국내의 자금 유출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견해가 많다. 과거에도 수출 호조와 경상수지 흑자 지속으로 원화가 강세를 유지할 경우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지 않았다. 국제금융센터는 14일 보고서에서 미국의 국채금리가 3개월간 0.4~0.6%포인트 이상 상승하면 신흥국 증시와 외환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갔지만, 이번에는 그럴 가능성이 작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점진적으로 진행되고 시장금리 상승 폭은 더 낮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날 미 국채금리와 달러 가치는 금리 인상에도 되레 하락했다.

연준은 이날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을 기존 2.1%에서 2.5%로 올렸다. 실업률은 올해 4.1%에서 내년에는 3.9%로 내려가 고용 호조가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연준은 물가 앞에만 서면 작아진다. 연준은 물가 상승률이 올해 1.7%에서 2019년이나 2020년께 2.0%로 소폭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9명의 위원 중 2명이 금리 동결을 주장하며 인상에 반대표를 던진 것도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연준의 목표치인 2%에 못 미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미 경제매체 <마켓워치>는 전했다. 이날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11월 미국 근원(음식료와 에너지 제외)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1.7% 상승에 그쳤다. 연준이 금리를 결정할 때 중요한 잣대로 삼는 근원개인소비지출(PCE)물가지수는 이보다 더 낮은 1.4%대에 머물러있다.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옐런은 의장으로서 통화정책과 관련해 마지막이 될 이날 기자회견에서 “고용 호조가 물가 목표 달성으로 이어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면서 “물가가 오르지 않는다면 연준의 정책은 변경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금리 인상이 중단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동안 옐런은 미국의 물가 부진 원인으로 통신료와 약값 인하 등을 거론했으나 저물가 현상이 일시적인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답을 주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실업률이 내려가면 물가상승률은 높아져야 한다. 경기가 좋아져 고용이 늘어나면 인력을 구하기 힘들어진 기업은 임금을 올리게 되고 이에 가계 소비가 늘어나 물가가 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연결고리는 임금에서 막혀버렸다. 시간당 임금 상승률은 올해 들어 2% 중반에서 소폭 오르내림을 반복하고 있다. 완전고용 수준인데도 물가의 덜미를 잡고 있는 ‘임금 수수께끼’의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 기술진보와 거대기업들의 독점 심화에 따른 고용의 양극화를 꼽는다.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구글, 애플과 같은 거대기업의 부상이 전체 국민소득에서 노동에 분배되는 몫(노동소득분배율)을 하락시켰다고 분석했다. 이들 기업은 높은 임금을 지급하지만 여기에 취업할 수 있는 인원은 선택받은 소수다. 고임금을 받는 정보기술과 금융 업종의 고용은 최근 전체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졌다. 반면 임금이 싼 소매, 운송 등의 일자리 비중은 빠르게 높아졌다. 경기회복 과정에서 저임금 업종을 중심으로 고용이 늘어 임금상승을 억누른 것이다.

아마존으로 대표되는 온라인 유통업체들의 성장도 소비자물가에 상당한 하락 압력으로 작용한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소매업의 죽음…’이라는 기사에서 “전자상거래는 매출 100만 달러당 고용인원이 1명도 채 되지 않아, 백화점의 10명과 견줘 큰 격차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온라인 공룡의 출현은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연평균 0.4%포인트 낮춘 것으로 추정된다.

‘임시직 경제’와 같은 노동시장의 구조적 변화와 세계화에 따른 노동자의 협상력 후퇴도 임금에 악영향을 준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신흥국의 값싼 제품과 서비스 유입으로 노동자의 발언권이 약해져 임금이 오르기 힘든 구조라고 설명했다.

임금상승이 미약해 물가가 오르지 않는 현상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한국은행은 11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금융위기 이후 성장과 물가 사이의 관계가 약해져 근원물가상승률이 1% 중반에서 크게 높아지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 한은은 임금협상력이 약한 시간제 취업자의 비중 확대 등 노동시장의 구조적인 변화에 따른 것으로,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 Weconomy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
◎ Weconomy 페이스북 바로가기: https://www.facebook.com/econohani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