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2023년까지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을 뜻을 내비치면서 코스피를 비롯한 세계 증시가 반등했다.
미 연준은 17일(현지 시각)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올해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높여 잡으면서도 기준금리(0.00~0.25%)는 동결했다. 특히 연준 위원들의 기준금리 전망을 담은 ‘점도표’에서 2023년까지 제로금리 수준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 변화가 없었다는 점이 시장을 안심시켰다. 2023년에 금리 인상을 예상한 위원은 18명 중 7명으로 지난해 12월 전망 때보다 2명이 늘긴 했지만 금리 중간값(0.1%)을 올려놓는 데는 못 미쳤다.
연준은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4.2%에서 6.5%로, 물가상승률(PCE·개인소비지출 기준)은 1.8%에서 2.4%로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이후 물가는 2022년에 2.0%, 2023년에는 2.1%로 하향안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연준이 금리 결정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근원 물가상승률은 올해 2.2%에서 내년엔 2.0%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물가상승은 기저효과 등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으로 금리 인상의 고려요인이 되지 않는다는 신호를 시장에 전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통화정책 결정문에서도 “완전고용 수준에 도달하고, 인플레가 상당 기간 완만하게 2%를 웃돌 때까지” 기준금리를 유지하는 게 적절하다고 명시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시장이 우려하는 ‘연준의 자산매입 규모 축소(테이퍼링)’를 논의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아직 아니다”며 최근의 국채금리 상승이 긴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파월 의장은 “고용과 물가 목표에 이르기까지 갈 길이 멀다”며 “전망치가 아닌 실제 지표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경제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은 되지만 지표로 확인할 때까지는 통화정책에 변화를 주지 않겠다는 의미다.
미 연준의 완화 기조가 재확인되면서 18일 코스피는 0.61%(18.51) 오른 3066.01로 장을 마쳤다. 외국인은 480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원-달러 환율은 서울 외환시장에서 6.5원 하락(원화가치 상승)한 1123.7원에 마감했다. 대만(0.44%)·일본(1.01%) 등 아시아 증시도 대부분 반등에 성공했다. 앞서 미국 주가도 상승하고 달러화는 약세를 보였다.
다만 그동안 가파른 상승세로 금융시장의 뇌관으로 작용한 미 국채금리(10년물)는 이날도 0.02%포인트 오른 1.64%로 마감했다. 경기와 물가 전망의 상향조정으로 장기금리는 상승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연준의 구체적인 금리안정 방안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투자은행들은 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히 해소되지 못해 금리 상승세가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제이피모건은 “시장참가자들이 연준의 완화정책 유지를 신뢰하려면 시간이 필요해 향후 2~3년은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고 봤다. 골드만삭스는 자산매입 축소가 올해 하반기 논의를 거쳐 내년 초부터 시행될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다만 금리 인상은 2024년 하반기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시티는 내년 말에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한광덕 신기섭 선임기자
kdh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