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당국이 미국 애플의 인앱 결제 수수료를 조준한 데 따른 파장이 크다. 이번 조처에 애플의 자사 우대 방침 전반에 대한 경고가 내포돼 있는 탓이다. 플랫폼 업계에 대한 반독점 규제가 거세지는 흐름도 엿볼 수 있다. 애플은 미국에서도 같은 문제로 소송을 앞두고 있어 추이가 주목된다.
2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보도자료를 보면, 위원회는 최근 애플이 유럽연합 기능조약(TFEU) 102조(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금지)를 위반했다는 내용의 심사보고서(SO)를 발송했다. 애플이 앱스토어상에서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자사의 음원 스트리밍 앱인 애플뮤직을 우대했다는 취지다. 위원회는 “애플 앱스토어는 아이폰·아이패드 이용자가 앱을 다운받을 수 있는 유일한 앱스토어”라며 “애플은 앱스토어를 통해 음원 스트리밍 앱을 유통하는 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갖고 있다”고 판단했다. 향후 위원회는 심리 절차 등을 거쳐 최종결정에 이르게 된다.
심사보고서에서 위원회가 문제 삼은 건 크게 두 가지다. 30%의 수수료를 애플에 내야 하는 인앱 결제 방식을 강제한 것과, 음원 스트리밍 사업자가 다른 결제 통로를 이용자에게 안내할 수 없게 한 점이다. 특히 애플뮤직은 이같은 방침을 적용받지 않아 9.99유로라는 더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고 위원회는 지적했다.
위원회는 가격 경쟁을 넘어선 더 폭넓은 문제 제기에도 나섰다. 특히 데이터 문제에 대한 언급이 이목을 끌었다. 애플이 인앱 결제를 통해 중간자 역할을 하면서 결제 정보를 독점하고, 앱 사업자가 고객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통로도 차단한다는 것이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위원은 지난달 30일 낸
성명에서 “애플은 자신들의 경쟁자와 고객 사이에 개입한다”며 “인앱결제 시스템을 통해 애플이 얻은 데이터는 다른 음원 스트리밍 사업자들이 얻을 수 없는 인사이트를 제공한다”고 비판했다. “한 예로 고객이 구독을 중단했을 때 앱 사업자는 그 이유를 알 수 없고 고객과 소통할 수도 없다”고도 했다.
이는 위원회가 지난해 12월 발의한 디지털시장법(DMA)과도 연관된다. 법안에는 ‘게이트키퍼’로 지정된 플랫폼 사업자의 경우 플랫폼상에서 입점 업체의 행위로 생성된 데이터를 해당 업체에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그간 플랫폼상에서 생성되는 막대한 규모의 데이터를 플랫폼 사업자들이 독차지하며 입점 업체들을 따돌려왔다는 지적이 반영됐다.
때문에 이번 조처는 플랫폼 업계를 향한 유럽 당국의 선전포고라는 분석이 많다. 베스타게르 위원은 “애플 앱스토어의 이런 방침은 음원 스트리밍 외의 다른 앱 개발자들에게도 당연히 우려스러운 지점일 것”이라며 “이런 상당한 시장지배력을 더 이상 그대로 내버려둘 수 없다”고 했다.
유럽만의 문제는 아니다. 애플은 미국에서도 같은 문제로 법정에 설 예정이다. 게임 ‘포트나이트’를 만든 업체 에픽 게임즈는 지난해 캘리포니아북부지방법원에 애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에픽 게임즈가 애플 수수료를 우회할 수 있는 인앱 결제 시스템을 포트나이트에 적용하자, 애플이 해당 게임을 앱스토어에서 차단한 게 발단이 됐다. 에픽 게임즈는 애플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각국의 경쟁당국은 플랫폼의 자사 우대 방침에 각을 세우는 분위기다. 플랫폼의 불공정 거래 행위 유형으로는 크게 멀티호밍(여러 플랫폼을 동시에 쓰는 것) 차단과 자사 우대 등 2가지가 거론되는데, 이 중 후자에 대한 규제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플랫폼 업체가 단순 중개를 넘어서서 자사 서비스를 통해 입점 업체와 직접 경쟁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식이 높아지는 추세다. 국내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10월 검색 알고리즘을 조정해 자사 상품·서비스를 우대한 혐의로 네이버에
과징금 267억원을 부과한 바 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