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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공급사 활용’ 전략 세운 TSMC…고민하는 삼성전자 왜?

등록 2021-06-14 17:57수정 2021-06-14 18:03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티에스엠시(TSMC)의 대만 신주 본사 앞 로고. 신주/EPA 연합뉴스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티에스엠시(TSMC)의 대만 신주 본사 앞 로고. 신주/EPA 연합뉴스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티에스엠시(TSMC)가 일본으로 생산기반을 확대한다. 첨단 반도체 생산을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인 일본의 소재·장비 기술이 필요한 티에스엠시와 기술패권의 핵심이 된 반도체 산업의 재건을 꿈꾸는 일본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최근 <니혼게이자신문>은 티에스엠시가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에 신규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공장에는 16나노나 28나노 공정을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주로 최근 공급난을 겪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나 이미지 센서 등을 생산할 목적으로 보인다. 구마모토현에는 티에스엠시의 주요 고객사 가운데 하나인 소니의 공장이 있다.

티에스엠시가 일본과 손을 잡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티에스엠시는 지난 2월 일본 이바라키현 쓰쿠바시에 반도체 기술개발 연구소를 설립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일본 정부는 이 시설에 약 190억엔(우리돈 약 1930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밖에도 티에스엠시는 일본 도쿄대와 지속적으로 반도체 공동 연구를 추진하는 등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다.

1980년대 후반,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50% 이상의 점유율을 보였던 일본의 반도체 산업은 90년대 이후 꾸준히 몰락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지난달 4일 ‘반도체 등 디지털 산업의 기반 강화를 위한 새로운 전략’을 발표하는 등 ‘반도체 무기화’로부터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에 시동을 거는 분위기다. 이번 발표 내용에도 해외 파운드리 유치 등을 염두에 둔 반도체 산업 지원 내용이 포함됐다.

당장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생산 공장 건설보다 현지 연구소를 통한 패키지 공정 개발에 무게를 실었던 티에스엠시도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전략을 수정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박정규 한양대 겸임교수(기계공학)는 “보조금 지원도 있겠지만, 이미지 센서 시장에서 세계 1위인 소니의 기술을 활용해 티에스엠시가 원하는 반도체를 생산한다면 (파운드리 유치를 원하는) 일본과 티에스엠시 모두 ‘윈윈’인 만큼 관련 제안이 있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미지 센서는 최근 자동차 어라운드뷰 모니터링(AVM)이나 일부 전기차 모델에 적용된 디지털 사이드 미러(사이드미러를 대체한 디지털 카메라) 등에 사용되며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티에스엠시의 발빠른 해외투자 계획은 경쟁사인 삼성전자에 적지 않은 부담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 직후 미국에 170억달러 규모의 파운드리 투자계획을 발표했지만, 시점과 지역 등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

삼성전자 입장에서 미국 내 파운드리 신규 투자는 주요 고객사와의 관계를 강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공장 완공 이후 제때 수주를 못할 경우 자칫 3, 4년간 적자를 떠안아야 하는 리스크가 있다. 현재 텍사스·애리조나·뉴욕주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최대한 많은 보조금을 얻고자 하는 회사 입장에선 이들 주 정부와의 협상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반도체 공급난으로) 지금은 파운드리가 부족하다고 하지만, 최근 여러나라가 발표한 파운드리 투자 계획이 실행돼 그 공장들이 다 지어진다면 분명 공급과잉 상태가 벌어질 것”이라며 “이미 (텍사스) 오스틴 공장 주변 부지를 확보했다고 하지만, 삼성 입장에선 주 정부의 보조금 지원 폭을 염두에 두고 지역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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