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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창작과를 나온 스물아홉 고운해씨는 이제 개발자를 꿈꾼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체된 시간은 그의 삶의 방향마저 틀어놨다. 팬데믹 초기 그러니까 2020년 2월 대학을 갓 졸업한 그는 막연히 잠시 일을 하면서 미래를 준비할 시간을 벌 생각이었다. 다행히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어렵지 않았다. 늦은 밤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날을 꼬박 새우는 피시방 ’알바’로 그는 한 달에 160만원씩 벌었다. 하루가 다르게 코로나 공포가 일상으로 번져나가자 손님이 줄었고 가게도 어려워졌다. 그만두기 얼마 전부터는 1~2주씩 쉬었다 나갔다를 반복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았다. 그해 겨울 알바를 그만둔 뒤 그는 지난달까지 2년 반 남짓을 그야말로 그럭저럭 버텼다. 부모님의 도움을 받지 않은 채 돈이 떨어지면 쿠팡 물류센터나 출판단지 책 포장 알바로 생계를 유지했다. 번듯한 일자리를 구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파주에 있는 코딱지만 한 원룸에 살면서도 독학과 국비 지원을 받아 코딩 기술을 배웠다. 그 덕에 이달부터 청주에 있는 회사에 인턴으로 취직해 정규직 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글을 쓰면서 벌어 먹고 살 수 있길 바랐던 그가 조금 먼 길로 왔지만 긴 불안을 떨쳐낸 그에게 지금이 나쁘진 않다. 그에게 코로나는 지체된 미래를 의미한다. “나만 겪은 게 아니지만 직장 구하는 데 제한이 있었고 준비하는 시간이 좀 길어졌다.” 물론 얻은 것도 있다고 한다. “그 기간 버티느라 임기응변이라고 할까,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상황에 맞춰 살길 찾아서 버티는 것을 배운 것 같다”. 우리 세대가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긴 팬데믹은 이제 종식됐다. 지난달 11일 국가적 차원의 선언이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면서 6월부터 코로나19 위기 경보를 ‘심각’에서 ‘경계’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이미 단계적으로 방역 수위는 낮아질 대로 낮아져 실질적 변화는 크지 않지만 이날 코로나19 현장에서 헌신한 의사와 간호사 등을 불러 일종의 의식을 치렀다. 그는 “코로나19 극복은 의료진과 국민께서 여러 가지 희생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협조해주신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마따나 많은 국민이 희생됐다. 건강 심지어 생명을 빼앗긴 사람도 많다. 가게 문을 닫거나 일자리를 잃는 등 생계 곤란을 겪은 이들이 숱하다. 코로나는 분명 재난이었다. 재난은 늘 그렇듯 불평등했다. 가난하거나 건강이 나쁘거나 늙거나 여성인 ‘약자’의 희생이 더욱 컸다. 세대로 나누자면 사회에 막 진입했거나 진입을 앞둔 20대 청년들에게 더 불평등했다. [%%IMAGE2%%] 모든 계층의 소득이 줄었지만 20대 감소 폭이 가장 큰 축에 속했다. 16일 <한겨레>가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가계금융복지조사(가금복) 지난 4년 치를 분석해봤더니 20대 소득은 코로나 전과 비교(2018~2019년 평균 대비 2020~2021년 평균)해 4.7% 늘었다. 이는 전체 가구 평균 증가율 6.7%보다 낮다. 같은 기간 60대 이상은 13.2%, 30대 10.1%, 50대 5.6% 순으로 증가했다. 20대보다 낮은 소득 증가율은 40대(2.9%)가 유일했다. 이는 소득에 끼친 코로나 효과를 보다 정확히 보기 위해서 가구주 연령별 평균 소득 2018~2019년 치와 2020~2021년 치를 비교 분석한 결과다. 소득은 가금복 발표 전년도 기준으로 예를 들어 2022년 발표하는 가금복에는 2021년 소득 현황이 담겼다.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 5.4%(2018~2019년 평균 대비 2020~2021년 평균 증가율)를 고려했을 때 20대의 실질소득은 코로나 이전보다 줄었다. 코로나가 덮친 첫해 우리나라 경제는 뒷걸음질(경제성장률 -0.7%) 쳤다. 쉽게 말해 사람들의 소득 수준이 1년 전보다 낮아진 것이다. 이는 2007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나쁜 성적표다. 그 충격은 모든 계층에 미쳤다. 특히 타격이 컸던 청년들은 줄어든 소득을 빚으로 메웠다. 코로나 전 2년과 비교해 팬데믹 2년 동안 20대의 부채 증가율은 무려 28.3%에 이른다. 모든 연령대 평균(11.2%)의 곱절이 넘는다. 같은 기간 50대는 8.3%, 40대는 11.4%, 60대 이상은 11.9%, 30대는 18.4% 증가율을 보였다. 소득보다 가파른 부채 증가율은 모든 가구의 특성이긴 하지만 20대는 부채 증가율이 소득에 견줘 무려 6배나 컸다. 이는 다른 세대와 확연히 구분될 정도로 큰 격차다. 자산 증식을 위한 빚도 아니었다. 빚이 늘면서 자산도 덩달아 불어나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20대의 경우 순자산(자산에서 부채를 뺌) 증가율(13.5%)이 전체 가구 평균(21.6%)에 한참 미달한다. 또한 순자산보다 부채 증가 속도가 훨씬 빠르다. 20대 금융권 부채의 내용을 살펴봤더니 생활비 마련 명목이 늘었고 반대로 사업자금은 크게 줄었다. 대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전·월세 보증금과 부동산 마련 용도도 소폭 늘었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20대 고운해씨의 빚도 늘었다. 지난해 부족한 생활 자금에 보태기 위해 ‘햇살론유스’를 통해 300만원을 대출받았다. 앞서 대학 다니면서 받은 대출도 다 갚지 못한 상태다. 자산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그에게 순자산으로 치면 마이너스(음의 값)다. 어쩌면 그는 코로나 충격을 가장 크게 받은 20대 가운데서도 바닥권인지 모른다. 그래도 운이 좋은 편이다. 팬데믹 기간 기술을 배워 이제 안정된 직장을 얻을 기회 앞에 섰다. [%%IMAGE3%%] 14일 통계청은 ‘5월 고용동향’을 발표했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취업자 수(전년 동월 대비)가 35만 증가했다는 소식이었다. 하지만 뜯어보면 20대 청년 취업자는 6만4천 줄었다. 청년 인구가 주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일자리 감소 폭이 훨씬 크다. 20대 취업자 수는 7개월째 감소세다. 청년 일자리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지만 팬데믹에 그 취약성을 더 크게 드러냈다. 코로나가 닥쳤을 때 20대의 일자리 감소 폭이 가장 컸다. 20대 고용률(생산가능인구 중 취업자 비중)은 2019년 대비 2020년 2.5%포인트 줄었다. 이는 다른 연령대 고용률 감소 폭의 두세 배에 이른다. 1년 새 20대 취업자 수가 14만6천 줄어든 영향이다. 다만 기간을 확장해 2019년 대비 2022년 고용률을 보면 20대는 60대 다음으로 높은 증가율을 보인다. 이는 20대 일자리가 롤러코스터처럼 위기 시 빠르게 증발하지만 회복 또한 상대적으로 빠른 특징을 보여준다. 불안정한 일자리가 많은 탓이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20대는 노동시장 진입 시기에 코로나가 터져 취업 기회가 제한됐고 이후에도 그 부정적 영향이 지속해서 나타날 수 있다”며 “노동시장에 진입해 활발하게 활동해야 할 때 코로나가 터져 2~3년 지체되는 잃어버린 세대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코로나 첫해 경제활동을 아예 포기한 20대가 급증했다. 전년 대비 2020년 비경제활동인구가 7.5%나 늘었다. 이는 전체 연령 평균(2.8%)에 견줘 거의 3배 높은 수준이다. 20대는 신체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에 가장 잘 맞섰지만 사회경제적으로는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그 부정적 영향이 정신 건강에도 고스란히 미쳤다. 코로나19 발생 뒤 우울 위험군이 크게 늘었다. 특히 팬데믹 초기 우울 위험군의 비율이 가장 낮았던 20대는 그해 말부터 2021년 상반기까지 모든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에서 확인된다. 또 자살을 생각하는 비율도 2021년 상반기까지 20대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조사 대상 가운데 소득이 감소하거나 1인 가구인 경우 우울 위험군 및 자살 생각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났는데 20대는 이런 특징을 더 많이 갖고 있다. 경기연구원은 2021년 11월 ‘코로나19, 감염재난이 국민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 연구’ 보고서에서 “정신건강은 연령이 증가할수록 취약한 것이 일반적이지만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20, 30대 젊은 계층이 더 취약한 것으로 분석됐다”며 “이러한 특이 현상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사회적 기반이 부족한 청년층의 학업 중단, 취업 기회 박탈, 관계 단절 등이 이들의 정신건강 문제로 이어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다만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뒤 지난해 6월 실시한 조사에서 20대의 자살 생각 비율은 30대 다음으로 여전히 높은 상태를 유지했지만 우울 위험군의 비중은 크게 낮아졌다. 사회학자 조형근 박사는 자신의 거주 지역 커뮤니티 경험을 바탕으로 코로나가 20대의 ‘약자’에 끼친 영향을 주목했다. 하나는 코로나로 대면 수업을 듣지 못해 빚어진 교육 문제가 4년제 대학생이 아닌 실습을 중심으로 교과 과정이 짜인 전문대생들이나 특성화고 출신 학생들에게 이후 취업과 진로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관심과 지원이 부재했다는 점이다. 또 다른 하나는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몰린 20대 여성이 사회적 단절과 고립감을 더 크게 겪는데도 지원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코로나 발생 뒤 1년 만에 20대 여성 자살률이 16.5%나 급증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20대란 세대적 특성을 넘어 그 계층 안에서도 덜 주목받는 약자에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얘기다. 20대가 갖는 신체적 활력과 건강 때문에 종종 그들의 고통과 어려움이 과소 평가되곤 한다. 또 더 많은 삶의 기회와 미래가 있다는 이유로 관심과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할 때도 있다. 팬데믹은 끝났지만 코로나가 20대 삶에 끼친 부정적 영향을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