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맨스브리지 하버드 케네디스쿨 명예교수의 모습. 하버드케네디스쿨 누리집 갈무리
제인 맨스브리지 미 하버드 케네디스쿨 명예교수는 6년 전 정치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요한 쉬테상을 받았다. 이 상은 1995년부터 해마다 정치학에 가장 가치 있는 공헌을 한 학자에게 주어진다. 상을 준 요한 쉬테 재단은 그가 “예리하면서도 깊은 헌신으로 직접 및 대의 민주주의와 페미니스트 이론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형성”시켜줬다고 평가했다.
그의 탁월한 학문적 성취는 여러 수상 경력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미국정치학회에서 주는 벤자민 E. 리핀콧상을, 2년 전에는 국제정치학회에서 주는 칼 도이치상 등을 수상했다. 그는 국내에는 번역되지 않은 ‘적대적 민주주의를 넘어’(Beyond Adversary Democracy) 등을 펴냈다. 그는 2012년 미국정치학회 회장을 맡기도 했다.
세계 곳곳에서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졌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립과 갈등이 격화하면서 상대를 악마화하는 이른바 ‘적대적 민주주의’에서 벗어나기 위해 민주주의 이론의 대가인 그의 목소리에 다시 귀를 기울이는 이유다.
그는 다음 달 11일 한겨레가 주최하는 14회 아시아미래포럼 기조 세션 1에 기조 연사로 참여해 ‘민주주의 위기의 근원’(The deepest foundations of our democratic crisis)을 주제로 강연한다. 맨스브리지 교수는 지금 정치적 양극화가 심각한 상태로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고 진단한다. 지금의 위기는 과거와 달리 핵전쟁과 같은 더 큰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달 초 <한겨레>와 한 대면 및 서면 인터뷰 등을 통해 정치적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자유 사용재’(Free use goods)가 필요하다며 이를 설명하기 위한 틀로 무임승차(Free riding)와 규제, 국가의 강제력이란 개념을 동원한다. 누구나 공짜로 쓸 수 있는 도로, 항만, 안보, 법, 질서 등 자유 사용재를 더 많이 공급해야 정치 양극화를 줄일 수 있고, 이를 위해서는 조세 징수 등 국가의 강제력과 이를 어겼을 때 벌금을 매길 수 있는 합법적 정당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시장주의의 확산과 더불어 탈규제를 좇는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는 세태에 대한 성찰이 깔렸다.
그는 미 매사추세츠주 보스턴과 맞닿은 캠브리지시에 있는 케네디스쿨에서 해마다 아주 독특한 방식으로 수업을 시작한다. 참가자들에게 가상의 100달러짜리 지폐를 나눠준 뒤 0달러나 100달러 중 어느 하나의 금액으로 자신에게 기부하도록 한다. 자신은 뻥튀기(2배로 만드는) 기계로 설정한다. 기계는 모두가 100달러를 기부하면 2배로 불려 모든 사람에게 200달러씩 나눠 준다. 0달러를 기부해도 다른 사람이 100달러를 기부하면 참가자는 두 배로 불어난 금액을 균등하게 나눠 받는다. 언뜻 개인의 입장에서 0달러를 기부하는 게 합리적으로 보인다. 그런데 모두 0달러를 기부하면 기계는 한 푼도 주지 않는다.
이는 자유 사용재와 무임승차 간 관계와 문제를 설명하기 위한 맨스브리지 교수의 도구다. 무임승차가 만연하면 사회가 필요한 자유 사용재를 생산할 수 없거나 더 적게 생산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정부는 무임 승차자에게 벌금을 매기는 등 강제력을 동원한다. 규제하는 민주주의의 정당성과 관련한 다소 어려운 듯한 자유 사용재 얘기를 그는 더 많 은 시민이 정확히 이해하길 원한다고 반복해서 말했다.
그는 대안 모델로 특정 국가를 꼽지 않았지만, 덴마크와 같은 복지국가를 주목했다. 그는 덴마크에서 만난 택시 기사 얘기를 소개했다.
“공항으로 가던 중 만난 택시 기사는 소득의 절반 이상을 세금으로 낸다. 그는 자신의 세금이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모든 진보를 가능하게 한 ‘자유 사용재’에 사용됐고 자신이 그 기여자라는 것을 이해하고 또한 기뻐했다. 부패한 사회에서는 그런 기쁨을 얻을 수 없다. 또 상대방이 정말 사악한 존재이고 사기를 치고 있다고 말하는 양극화된 사회에서는 가능하지 않다. 돈을 갈취당하는 것을 그냥 놔두면 안 되니 더 많은 규제가 필요해지고 정당화는 더 어려워지는 상황으로 치닫는다. 이런 현실이 무섭다.”
다음 달 11일 오전 대한상의 지하 2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리는 기조 세션 1에서 그가 말하는 민주주의 위기의 원인과 해법을 직접 들을 수 있다.
참가는 여기(
www.asiafutureforum.org )를 클릭해 신청하면 된다.
류이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ryuyigeun@hani.co.kr, 노영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보조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