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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헤리리뷰

소셜미디어로 만드는 희망의 마중물 ‘크라우드 펀딩’

등록 2012-03-06 11:27

크라우드 펀딩은 공익프로젝트, 비영리단체, 사회적기업 등을 돕는 자원조달 수단으로 널리 활용된다. 사진은 영국의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저스트 기빙(사진 왼쪽)과 국내 사이트인 굿펀딩. 저스트 기빙, 굿펀딩 누리집 갈무리 (※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헤리 미디어| 진화하는 웹2.0시대 뉴미디어
외국에서 대지진이 났다. 참혹한 현장에선 사상자가 갈수록 늘어나는데 물이나 식품, 의약품은 크게 부족하다.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2010년 1월 아이티에서 지진이 났을 때 영국 런던에 사는 7살 남자아이 찰리 심슨은 혼자 힘으로 12만파운드(약 2억2천만원)의 성금을 모금했다. 찰리는 방송에서 아이티 이재민의 불쌍한 모습을 보고 어머니에게 자기도 도울 방법이 있는지 물었다. 어머니는 유니세프의 자전거 타기 모금에 참여할 것을 권했고, 찰리는 동네 공원을 5마일 달려 500파운드(94만원)를 모으기로 목표를 정했다.

찰리는 온라인 기부 사이트인 저스트기빙(JustGiving)에 “사람이 많이 죽어가는 아이티를 위해 자전거를 달려 후원하고 싶다”는 글을 올렸다. 그러자 사이트에는 격려의 전화, 메시지와 함께 10~20파운드의 소액기부가 밀려들었다. 찰리가 자전거 달리기를 마쳤을 때 이미 5만3000파운드가 모였고, 그의 소망이 대중매체에도 소개되자 모금액이 10만파운드를 훌쩍 넘게 됐다.

고든 브라운 당시 영국 총리도 찰리의 메시지를 트위터로 퍼나르며 응원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 ‘다우닝 스트리트’(Dowining Street)에 “아이티 이재민을 위한 7살 찰리 심슨의 기특한 성금 모금운동에 사람들이 보여준 반응에 놀랐다”고 밝혔다.

일방적 시혜 대신 수혜자 요구 반영

인터넷이 개방, 공유, 참여를 쉽게 해 주는 ‘웹 2.0’으로 진화하고, 모바일 기기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소셜미디어)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자선활동, 창업, 예술창작, 사회운동의 양상이 바뀌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인터넷, 트위터, 페이스북 등 새로운 미디어를 통해 대중의 관심과 격려, 재능기부, 금품 후원, 투자 등을 이끌어내는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이 활발해지는 것이다. 크라우드 펀딩은 ‘개인들로부터 소규모 기부, 후원, 투자약정을 얻어내기 위해 온라인 커뮤니티를 활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소셜 펀딩’(Social Funding)도 비슷한 뜻으로 쓰는데, 웹 2.0이 자원 조달의 양방향 플랫폼을 제공하는 가운데 소셜미디어를 통해 지인들에게 홍보나 권유 등 전파가 쉽게 이뤄지기 때문에 이렇게 부른다.

안철수재단 모델로 화제가 된 키바

무엇보다 크라우드 펀딩은 일방적으로 지원하거나 시혜를 기대하는 데서 벗어나 자원을 조달하는 단계에서 수혜자의 요구가 반영되는 참여형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어느 단체가 자신들이 하려는 활동의 취지를 설명하고 기간과 목표액을 정해 모금함을 만들면 이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후원이나 투자를 하는 것이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기부재단의 모델로 언급해 화제가 된 키바(kiva.org)도 참여형 기부 플랫폼이다. 2005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된 키바는 자금이 필요한 사람이 누리집에 사연을 올려 도움을 요청하고 자금이 모이면 대출을 받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보통 사람들이 자신이 후원하고 싶은 사연을 발견하면 1인당 25달러씩을 기부하며 나중에 원금은 돌려받지만 이자는 받지 않는다. 지원액은 회수될 때까지 평균 8차례 회전하며 상환율은 99%에 가깝다고 한다.

공익프로젝트 후원 활동 가장 활발


현재 크라우드 펀딩을 활용한 자원조달로 가장 활발한 것은 공익프로젝트, 비영리단체, 사회적기업 등을 돕는 활동이다. 국내에는 ‘굿펀딩’ ‘펀듀’ ‘업스타트’ ‘텀블벅’ ‘콘크리트’ 등의 업체들이 설립돼 프로젝트 후원의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날로 심각해지는 청년실업이나, 일자리 부족, 취약계층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책적 노력이 사회적기업과 소셜벤처, 마을기업에 집중되면서 자연스레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가 늘어나게 된 것이다. 이들 사이트는 예외 없이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등 사회관계망서비스와 연동해 후원자가 지인에게 널리 알려 동참을 유도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굿펀딩(goodfunding.net) 누리집에 들어가 보면 첫 화면에서 ‘행복한 학교’가 제안한 ‘행복한 베이커리’ 설립 프로젝트를 만날 수 있다. 지난 2월 초 ‘행복한 학교’는 20살이 되면 학교를 떠날 수밖에 없는 지적장애나 자폐를 가진 청소년이 빵을 만들며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터전을 만드는 데 지원해 줄 것을 요청했다. 모두 1004만원을 목표로 한달간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300명 가까이 기부해 목표액을 달성했다. 게시판에는 “후원할 수 있어 기쁘다”는 사연이 많이 올라오고, 답례로 받은 콘서트 초대권을 장애 친구들에게 기부하는 경우도 많다.

“돈 모으는 게 아니라 사람 모으는 것”

희망제작소 사회적경제센터 이재흥 연구원은 “크라우드 펀딩이 성공하는 비결은 진실성과 지속성”이라며 “돈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모으는 것, 거래가 아니라 관계맺기를 하는 것이 크라우드 펀딩의 목적이란 것을 잊으면 실패한다”고 말했다.

크라우드 펀딩은 철거민 생존권 확보, 비정규직 노동자 처우 개선, 인권 보호를 위해 싸우거나 캠페인을 벌이는 민중운동·사회운동을 후원하는 데도 활용되고 있다. 과거 집회나 시위 현장에서 바구니를 돌려 활동자금이나 성금을 모으던 것을 사이버세상에 옮겨놓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부조리한 세상에 날리는 펀치 한방’이란 구호를 내걸고 개설된 ‘소셜펀치’(socialfunch.org)가 그런 활동을 하는 곳이다. 2월 말 현재 ‘소셜펀치’ 후원함 목록에는 ‘재능투쟁 1500일’ ‘폭력 없는 밝은 학교 만들기’ ‘표현의 자유를 지지하라’ 등의 문패를 단 후원함이 만들어져 있다. 특히 북한에서 운영하는 ‘우리민족끼리’를 리트위트해 구속된 박정근씨를 돕는 모금함 ‘표현의 자유를 지지하라’에는 3월9일 종료를 10일 앞둔 시점에서 목표액(700만원)의 69%인 약 487만원이 모였다.

모금함에는 ‘홍보도 후원이다’라는 문구를 써놓아 에스엔에스를 통한 활발한 전파를 유도하고 있다. ‘소셜펀치’에 따르면 12월 300만원, 올해 1월 600만원, 2월21일 현재 1000만원 등 전체 모금함의 후원 규모가 차츰 늘어나고 있다.

소셜펀치 활동가로 일하는 오병일씨는 “소셜미디어 등을 활용해 크라우드소싱을 시도하는 것은 자금 모금의 목적도 있지만 그 모금함이 내건 운동의 취지를 알려 참여를 유도하고 시민들의 반응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며 “모금함을 개설해서 알릴 때 파워 트위터리언의 리트위트 한번이 상당한 전파력을 갖는 것을 종종 본다”고 말했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bh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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