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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헤리리뷰

프랑스에선 경제 어떻게 가르치나

등록 2012-07-03 11:23

프랑스는 학생들의 종합적인 사고능력을 기르는 토론식 수업으로 유명하다. 사진은 프랑스의 교실 풍경을 다뤄 2008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더 클래스>의 한 장면.  진진 영화사 제공
프랑스는 학생들의 종합적인 사고능력을 기르는 토론식 수업으로 유명하다. 사진은 프랑스의 교실 풍경을 다뤄 2008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더 클래스>의 한 장면. 진진 영화사 제공
[헤리리뷰] Special Report
정치·사회와 엮어 종합파악 유도
프랑스는 학생들에게 독자적으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교육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국내 대학입시의 논술시험은 프랑스의 대입 자격시험 ‘바칼로레아’를 배워온 것이기도 하다. 프랑스인들은 특히 그해 바칼로레아에서 어떤 철학 문제가 나왔는지에 관심을 갖고 한동안 곰곰이 생각해 본다고 한다. 지금까지 “참을 수 없는 것은 참아야 하는가?”, “사실은 언제나 사실처럼 보이는가?” 같은 문제가 출제됐다.

이런 프랑스 학생들은 경제를 어떤 책으로 배우는지 살펴보자. 살펴볼 책은 프랑스 일반계열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배우는 경제사회 교과서이다. 이 책은 2010년 한국사회경제학회와 전국사회교사모임이 주도해 <한국의 학생, 교사, 시민이 함께 읽는 프랑스 경제사회 통합 교과서>(휴머니스트)로 번역돼 나왔다.

서로 다른 관점 알려주고 비교·토론

‘경제사회학’이란 원래 제목이 말해주듯 이 책은 경제학, 정치학, 사회학의 내용이 한 권에 유기적으로 구성돼 있어 경제, 정치, 사회문화를 별개 학문으로 가르치는 우리와는 다르다. 이런 통합교육은 학생들이 사회를 종합적으로 파악해 실생활에서 부닥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유리하다.

예를 들어 시장에 대한 단원은 가격을 매개로 한 교환관계를 다루기 전에 ‘경제적 조정과 사회적 조정’이란 큰 틀에서 △시장은 자생적 질서인가, 인위적 질서인가 △비상업적 교환의 형태는 무엇이 있나 △사회관계는 상업적 관계로 단순화할 수 있나 등을 다룬다. 또 ‘시장의 한계’와 이에 따른 ‘공권력 개입의 필요성’, 그리고 ‘국가 개입이 가져오는 비효율성’을 균형있게 가르치고 있다. 아울러 자유방임과 경쟁 논리에 치우치기보다는 경제를 불평등, 계급, 저개발, 연대, 사회규범, 사회정치적 조직, 민주주의, 유럽연합, 세계화 등과 연관해 가르침으로써 사회의 보편적 가치와 조화를 추구하는 내용으로 구성하고 있다.

사회갈등 적극 다뤄 해결능력 함양

이 교과서는 사회현상이 가치중립적인 듯이 서술하지 않는다. 같은 사회현상도 각자의 사회적 위치에 따라 관점과 대응 방식이 달라진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상충되는 다양한 인식과 대응방법을 이해하고 비교, 토론할 수 있도록 한다.

이 책 15장 ‘사회갈등과 조정’은 광부의 파업 등 전통적인 계급투쟁 및 페미니즘 운동, 정치 생태학 운동, 소비자운동 등 새로운 형태의 갈등들을 다룬 뒤 갈등이 어떻게 효과적으로 조정될 수 있을지를 서술하고 있다. 즉 ‘갈등이 해결되려면 당사자들의 요구와 목적이 분명히 드러나야 하고 관련자를 파악해 세부 단체를 조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거나 ‘갈등 당사자들은 협상에 임하기 전에 우선 게임규칙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등의 실용적인 내용을 기술하고 있다. 갈등이 없거나 없는 게 바람직하다는 듯 서술하는 것보다는 한결 현실적이고 생활에 도움이 된다. 이는 “경제 정책 과정에서 서로 다른 의견, 이해관계를 분석하고 문제를 파악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하는 독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신문기사 등 시사 자료 교재로 활용

아울러 이 교과서는 르노자동차의 민영화, 유전자 변형(조작) 식품을 반대하는 집회, 타이의 의료관광 등에 대한 신문기사와 사진자료 등 시사성이 높은 자료를 교재로 활용한다. 학생들이 집에 돌아가서도 신문, 텔레비전의 뉴스에 눈과 귀를 기울이며 현실 문제에 관심을 갖도록 하고, 학교에서 배운 지식이 사회적 실천으로 연결되도록 하려는 것이다. ‘수요의 법칙’을 설명하는 단원에서는 국민건강을 위해 담뱃값을 올리는 것이 담배 수요를 얼마나 줄였는지와, 이런 조처가 저소득층에게는 한층 힘든 것이란 내용을 일간지 <리베라시옹> 기사를 인용해 서술하고 있다.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담배 이야기를 하는 것은 파격이지만, 실제 학생들이 담배에 관심이 많고, 곧 피울지 말지의 고민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예를 가져온 것이다.

프랑스 교과서는 또 제시된 자료에 대해 생각을 넓히는 다양한 질문을 던져 학생들의 논리적 사고력을 키워준다. 각 단원의 끝에는 바칼로레아 시험을 대비하는 논술 문제를 제시해 학생들이 필요한 자료를 스스로 찾아서 읽고 해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자신의 생각을 세워보도록 돕고 있다. 한 예는 프랑스 노조가입률의 변화와 2003년 현재 프랑스의 각급 노조연맹 가입자 수 통계치를 보여준 뒤 “프랑스에서 노조통일(단일 노조)은 가능하겠느냐?”고 묻고 있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bh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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