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연 신임 네이버 대표이사(CEO) 내정자. 네이버
네이버 이사회가 차기 대표이사(CEO)로 40살인 최수연씨를 지목했다. 최고재무책임자(CFO)도 40대인 김남선(43)씨를 골랐다. 앞서 지난 5월 직장내괴롭힘으로 인한 직원 사망 사건 이후 이해진 창업주가 공언한 리더십 쇄신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네이버는 17일 정기 이사회를 열어 최수연 글로벌사업지원부 책임리더를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최 책임리더는 서울대 공과대학 졸업하고 2005년 네이버(당시 엔에이치엔(NHN))에 입사해 커뮤니케이션·마케팅 부서 등에서 일했다. 2009년 퇴사 뒤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을 거쳐 2012∼2019년 법무법인 율촌에서 기업 인수합병(M&A)·자본시장법 전문 변호사로 활동했다. 2019년에 네이버에 재입사한 뒤에는 글로벌사업지원 부서를 총괄해왔다.
네이버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이사회는 그동안 최 내정자가 다양한 국내외 사업 전반을 지원하며 보여준 문제해결 능력, 회사의 글로벌 사업전략 및 글로벌 시장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갖춘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최 책임리더는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신임 대표이사로 최종 선임된다. 그 전까지는 한성숙 현 대표이사가 직을 유지한다. 한 대표의 애초 임기는 2023년 3월까지였다.
신임 최고재무책임자에는 김남선 네이버 책임리더가 내정됐다. 김 책임리더는 투자회사인 모건 스탠리와 맥쿼리 등을 거쳐 지난해 8월 네이버에 합류한 뒤 사업개발·투자·M&A 부문을 총괄했다.
네이버가 기존 한 대표(54)보다 10살 이상 젊은 40대 경영진을 전격 선임한 배경엔 ‘조직문화 쇄신’ 과제가 깔려 있다. 지난 5월 네이버의 한 개발자가 직장내괴롭힘을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한 뒤 수직적 조직문화와 의사결정 구조에 대한 문제들이 수면위로 드러난 바 있다. 최인혁 전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핵심 경영진이 이 사건 가해자들의 괴롭힘 행위를 신고 받고도 묵살한 사실도 불거졌다.
이에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등은 경영진 쇄신을 약속해 왔다. 이 GIO는 지난 6월 직원들에게 보낸 전자우편에서 “이번(사건)을 계기로 권한이 더욱 분산되고 책임이 더욱 명확해지고 더 젊고 새로운 리더들이 나타나서 회사를 이끄는 전면 쇄신을 해야 한다. 늦어도 연말까지 해내야 한다”며 경영진 체제 개편을 예고한 바 있다.
네이버는 두 내정자를 중심으로 ‘네이버 전환 태스크포스’(NAVER Transition TF)를 꾸려 나머지 임원진 교체와 의사결정 구조 개편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새로운 조직문화 구축과 해외시장 진출을 양대 목표로 삼아 여기에 부합하는 인재들을 중심으로 경영·책임리더들을 꾸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네이버는 새 경영진의 주요 책임으로 △주요 사업들이 세계시장에서도 사회적 책임과 법적 의무를 다하는 체제 구축 △글로벌 사업 확장 △기술·인력 투자로 해외로 성장할 신규 사업 발굴 등을 꼽았다.
천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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