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카카오톡을 비롯해 카카오페이, 카카오내비 등 계열사 다수 서비스가 15일 오후 판교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화재의 영향으로 장애를 일으켜 많은 사용자가 불편을 겪고 있다. 연합뉴스
카카오가 임대해 사용하는 데이터센터에 불이 나 카카오톡, 다음, 카카오맵, 카카오페이지 등 카카오가 운영하는 주요 서비스들이 장애를 겪으면서, 국민 생활에 광범위한 영향을 끼치는 서비스를 여럿 운영하는 빅테크 기업들이 ‘서버 이중화’를 제대로 않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카카오가 운영하는 서비스들이 ‘먹통’이 된 건 오후 3시30분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에스케이(SK)주식회사씨앤씨(C&C) 판교 데이터센터 전기실에서 불이 나면서부터다. 에스케이씨앤씨 쪽이 안전을 위해 데이터센터 전원 공급을 전면 중단하면서, 이 센터에 입주한 카카오의 서비스 다수와 네이버 일부 서비스, 에스케이 계열사 대고객 서비스 등이 영향을 받았다.
화재가 발생한 뒤 네이버 서비스는 몇 시간 만에 대부분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카카오 서비스들은 이날 하루종일 정상 운영되지 않았다. 이에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서버 이중화와 데이터 백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졌다. 데이터센터 한 곳에 불이 났다고 해서 사실상 전 국민이 이용하는 서비스들이 한꺼번에 ‘셧다운’ 되는 게 말이 되느냐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 2018년 11월 케이티(KT) 아현지사에 불이 나 서울 마포구와 그 일대 통신망이 마비됐을 때에도 여러 금융·공공기관과 기업이 망 이중화를 제대로 해 두지 않았다는 게 드러났다”며 “데이터센터를 어느 한 곳에 만들어두면 다른 곳에 백업을 해 두고 문제 발생 시 물리적 대체가 빠르게 이뤄져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케이티 아현지사 화재 사고 당시, 스타벅스커피코리아가 망 이중화를 넘어 유선 2개 회선과 무선 1개 회선을 이용한 ‘망 삼중화’ 시스템을 일찍이 2017년부터 갖춰 둔 덕에 결제 시스템 마비를 피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주목받기도 했다.
카카오는 이날 밤 10시께 보도자료를 내어 “카카오는 모든 데이터를 국내 여러 데이터센터에 분할 백업하고 있으며, 외부 상황에 따른 장애 대응을 위한 이원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며 “다만 이번과 같이 데이터센터 한 곳 전체가 영향을 받는 것은 이례적인 상황으로, 해당 조치를 적용하는데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복구 시점은 밝히지 않은 채 “최대한 빨리 서비스를 정상적으로 이용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만 덧붙였다.
정창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정책관은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한 뒤 관련법에 따라 필요한 조처를 취하고 점검을 한 뒤 필요한 것들을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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