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이 1만명 안팎의 인력 감축을 단행할 계획이다. EPA 연합뉴스
이번엔 글로벌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이 1만여명에 달하는 대규모 정리해고 계획을 내놨다. 페이스북 운영업체 메타가 직원 1만1천명을 감축한다고 밝힌 것에 버금가는 규모다.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으로 경기침체 경고음이 커지면서 잘 나가던 국내외 대형 빅테크 기업들까지도 생존을 위한 몸집 줄이기에 앞다퉈 나서는 모습이다.
15일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아마존은 빠르면 이번 주부터 1만명 안팎 직원을 정리해고할 계획이다. 비정규직을 포함해 전 세계 아마존 직원 160만명 중 1% 정도가 구조조정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디바이스(기계·전자 장치) 개발 조직과 소매 부문, 인사 담당 부서 등에서 감원 폭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아마존 구조조정은 온라인 상품 판매가 몰리는 연말연시를 앞두고 진행된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급성장한 온라인 시장이 세계적인 경기 부진 영향으로 빠르게 위축되고 있는 상황을 보여준다. 아마존 직원은 코로나19 대유행 발생 전인 2019년 말 80만명에서 지난해 말에는 160만명으로 늘었다. 그 사이 아마존을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높은 임금 등을 앞세워 경쟁력 있는 기술직 직원들을 유치하는 등 인재 영입 경쟁을 벌였다.
이런 분위기는 일상회복 흐름을 기점으로 차갑게 식기 시작했다. 물가 상승과 소비 감소 악순환이 겹치면서 승승장구하던 빅테크 기업들의 성장과 투자 유치에도 제동이 걸렸다. 아마존의 올 3분기 매출은 1271억1천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15% 늘었지만, 시장 예상치 1274억6천만달러에는 못 미쳤다. 판매 수요가 집중된 4분기 매출 전망치가 전년 동기보다 2% 늘어난 1400억달러 정도에 머물며 주가가 뒷걸음질쳤고, 지난해 여름 1조8800억달러까지 치솟았던 아마존 시가총액이 1조달러 밑으로 쪼그라들었다.
앞서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이사회 의장은 지난달 말 트위터에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강도 높은 긴축 경영을 예고한 바 있다.
글로벌 빅테크 쇼크가 국내 스타트업 투자 시장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불꺼진 사무실. 픽사베이
비용 절감 목적의 인력 구조조정은 메타와 트위터 등 다른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서도 진행 중이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9일 “직원 8만7천여명 중 13%인 1만1천여명을 감원한다”고 밝혔다. 저커버그는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난 뒤에도 온라인 시장이 성장할 거라고 예상해 투자를 대폭 늘렸지만,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경영실패 책임을 인정했다. 트위터 역시 일론 머스크가 인수한 뒤 전체 직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3700명을 줄이는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시가총액 세계 1위 기업인 애플은 연구개발(R&D)을 제외한 모든 부서의 채용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도 한파가 닥치고 있다. 스타트업·벤처 투자 시장이 얼어붙는 게 대표적이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9월 국내 스타트업의 투자유치 총액은 381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39%(2469억원) 줄었다. 지난해에는 1천억원 넘는 대형 투자가 5건 진행된 데 비해, 올해 들어서는 최대 규모 투자가 400억원을 밑도는 등 중대형 투자도 크게 감소했다.
이미 자금난으로 문 닫는 스타트업들이 줄을 잇고 있다. 수산물 당일배송 서비스 ‘오늘회’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오늘식탁’은 300여개 협력업체에 40억원대 대금을 지급하지 못해 전 직원 80여명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스타트업 관계자는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우리 같이 투자금을 받아 성장해야 하는 기업들이 특히 긴장하고 있다”며 “외부에 공개하지 않을 뿐, 많은 기업들이 인력을 감축하거나 운영비를 줄이는 등 이미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고 말했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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