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 국내 출시를 하루 앞둔 지난 20일 서울 시내 한 음식점 계산대에 애플페이 스티커가 붙어있다. 연합뉴스
지난 21일 국내에 출시된 애플 간편결제 서비스 ‘애플페이’ 이용자가 빠르게 늘며 삼성페이와 네이버페이 등 국내 다른 간편결제 서비스 사업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26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애플페이 출시 첫날에만 100만장 가량의 현대카드 정보가 등록됐다. 한 명이 카드 여러 장을 등록한 경우를 감안할 때 60만명 가량이 등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에선 “(첫날) 40만명만 모아도 성공”이라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이를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애플과 현대카드는 이후 카드 등록 수치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애플페이 이용 등록은 아이폰 사용률이 높은 젊은층에서 많다. 지난해 6월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10~20대에선 아이폰(52%) 사용자 비중이 갤럭시폰(44%)보다 높다.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아이폰 사용자 가운데 700만명 가량이 간편결제 서비스를 애플페이로 옮겨 탈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업계에선 애플페이가 국내 오프라인 간편결제 시장의 80%를 차지한 업계 1위 삼성페이의 아성을 깨긴 어려울 거란 전망이 많았다. 애플페이를 지원하는 단말기를 추가로 들여놓으려면 20만~40만원의 이용이 추가로 드는데다, 결제액의 0.1∼0.15%가량을 별도 수수료로 물어야 하는 것으로 알려진 탓이다.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이 아닌 동네 카페와 음식점 등 영세 사업장에선 이같은 비용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현재 국내 엔에프시 단말기 보급률은 10% 미만이다.
‘시간 문제’라는 관측도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지난 20일 “특히 엠지(MZ) 세대와 알파 세대를 주요 고객으로 삼는 패스트푸드점, 편의점, 카페, 슈퍼마켓 등 소매점들이 단말기 설치를 먼저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예상보다 빠르게 엔에프시 결제 인프라가 확충될 걸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나이스정보통신, 한국정보통신, 한국사이버결제(KCP) 등 국내 주요 밴사들이 10만원 안팎의 보급형 단말기 개발을 서두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3일부터 삼성페이의 마그네틱보안전송(MST) 방식을 이용해 네이버페이 오프라인 결제가 가능해졌다. 삼성페이 제공
이에 삼성페이는 국내 온라인 간편결제 시장 1위 사업자 네이버페이와 ‘연합군’을 꾸렸다. 원래 오프라인에서 네이버페이로 결제하려면 별도 기기로 정보무늬(QR) 코드를 스캔해야 했지만, 지난 23일부터는 삼성페이의 마그네틱보안전송(MST) 방식을 이용해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한 모든 오프라인 매장에서 네이버페이 결제가 가능해졌다. 업계에선 삼성페이가 삼성카드 아닌 다른 금융사와 협업한 유례가 없다는 점에서, “애플페이를 따돌리기 위한 전략적 협업”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